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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가상화폐, 철저한 검증은 계속돼야한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연초에 IT서비스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듣는 얘기가 있었다. '사내 임직원 중 누군가가 가상화폐에 투자해 돈을 얼마나 벌었다'는 것이다.

관계자들 바로 옆에 있는 직원들의 얘기인 만큼 단순히 ‘소문’으로 치부할 것은 아니다. 얼마를 벌었는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여하튼 누구는 몇 억을 벌어서 회사를 그만뒀다느니, 누구는 아파트 대출금을 갚았다는 식의 얘기들이 ‘전설’처럼 떠다닌다.

IT서비스업의 특성상 IT신기술과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는 풍부한 편이다. 특히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경우 대부분의 IT서비스업체들이 연구개발 부서나 신사업부서를 중심으로 다뤄본 주제인 만큼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초기에 가상화폐에 투자한 이들이 가상화폐 급등으로 수익을 봤다는 얘기가 다른 산업군보다 많은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사내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다보니 다른 직원들도 가상화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가상화폐 초년병인 ‘코린이(코인+어린이)’다. 하지만 소위 ‘대박’을 친 사람은 없고 업무시간은 물론 퇴근해서까지 ‘차트’에서 눈을 떼지 못 하는 일이 빈번하다. 가상화폐거래소가 24시간 운영되는 만큼 쉴 시간도 없는 셈이다.

사실 이는 IT서비스업체들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최근 영화관에서 3-4명의 대학생들이 저마다 가상화폐 차트를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투자얘기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 폭락에도 “남자는 ‘가즈아’”라고 외치며 매수에 나선 그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지난 18일 국무조정실이 낸 ‘가상통화 대응에 관한 긴급 현안보고’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가상화폐(암호화폐)거래소는 37개 이상으로 국내 가상화폐의 일일 거래 규모는 58억 달러(약 6조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어떤 사업이 불과 1년도 안 돼 6조가 넘는 시장규모를 형성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온다. 가상화폐거래소는 수수료만 따져도 매일 수십억원의 이익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가상화폐거래소는 버는 것 만큼의 의무를 다 하고 있는가?

최근 만난 지인은 “대형 거래소라고 해도 구매한 코인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매뉴얼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법무부·금융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거래소 폐쇄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기재부는 국세청,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꾸려 과세자료 확보 방안, 해외 사례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돈이 모이고 있지만 그 돈이 어떻게 관리되고 어떤 기준에 의해 다뤄지고 있는지 사실 알 길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늦은감이 있다.

IT업계에 통용되는 단어 중 하나가 ‘벤더 드리븐(Vender Driven)’이다. 새로운 기술을 기업이 만들고 이를 소비자나 기업이 도입하게 해 시장을 키운다는 뜻이다. 가상화폐가 단순히 기술은 아니지만 IT기술을 근간으로 하며 파생된 것은 맞다.

하지만 현재 가상화폐는 기술과 기업이 시장을 키웠다기 보다는 개개인의 욕망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 블록체인 등 관련 기술의 발전을 위해 가상화폐가 불가피하다고 일부에서 말하지만 기술과 별개로 가상화폐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상화폐, 혹은 블록체인에 대한 미래가치인가, 아니면 출구가 안보였던 청년층에게 탈출의 희망을 준 동아줄로 비쳐졌기 때문인가?

현재 건전한 토양에서 가상화폐시장이 성장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비이성적인 무엇인가가 작동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면, 혹자는 '미래 가치에 대한 몰이해일 뿐'이라고 면박을 주기도 하지만,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모든 위험성을 가정하고 철저하게 의심해보는 과정을 느슨하게 할 수는 없댜. 이 과정을 거쳐야만 경제의 일원이 될 자격을 갖는다. 강력한 정부 규제의 타당성을 놓고 극심한 진통의 시간이 지나고 있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경제학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가상의 손’을 의미한다면 우리는 이 손을 현실의 세계로 끄집어 내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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