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코스닥시장 중심의 자본시장 혁신 방안을 내놨다. 코스닥시장의 지배구조, 금융·세제지원, 상장요건 등을 전면 재정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11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금융위는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코스닥시장의 사전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 체계를 개편하는 등 자율경쟁을 강조하면서도,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규율을 확립할 수 있도록 불공정거래 적발·제재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비상장→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 체계를 강화하고,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중개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레이어 육성에도 힘쓸 예정이다.
이번 방안은 작년 11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과 12월 ‘2018년 경제정책방향’ 중 코스닥 활성화 대책의 후속 조치다. 혁신기업의 성장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함으로써, 코스닥을 투자자에게 신뢰받는 시장으로 육성하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산물이다.
금융위는 “현재 코스닥 시장은 부동산 시장 등과 비교할 때 건전한 투자시장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 수익률이 부동산 시장을 상회했음에도 기관 투자자의 관심과 참여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활성화 방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금융위는 “투자 대상으로서 주식은 부동산 등 여타 자산에 비해 근본적으로 비교열위”이며 “부동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주식 투자에 대한 별도의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여러 방안 중 추진가능한 과제들을 1분기 중으로 조속하게 후속조치할 방침이다. 자본시장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한 조치는 금년 중 개정 완료를 목표로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최근 가상화폐가 인기를 끌고 주식시장이 소외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코스닥 시장경쟁력 강화 = 금융위는 코스닥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제 및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코스닥 상장요건을 전면 개편한다. 아울러 시장 자율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고 신뢰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코스닥 시장에 대한 세제 및 금융지원을 확대해 기관투자자와 중소·벤처기업 등의 코스닥 시장 참여유인을 제고하고 코스닥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에게 소득공제(투자금의 10%) 혜택을 부여하는 ‘코스닥 벤처펀드’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주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
오는 2월 코스피·코스닥을 종합한 대표 통합지수가 출시되며, 오는 6월엔 중소형 주식의 성장성에 투자할 수 있는 코스피·코스닥 중소형주 지수가 개발될 예정이다. 작년 9월 개발완료된 한국과 대만 IT지수를 활용한 ETF 해외상장도 오는 12월에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총 3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Scale-up 펀드’를 조성 및 운영하고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에 대한 신성장 R&D 세액공제율을 확대하고 ‘중기 정책자금 융자’ 지원도 허용한다. 코스닥 상장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신성장 R&D의 세액공제율을 기존 30%에서 40%로 확대하고, 기술특례 상장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정책자금 융자’를 허용(상장 후 3년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혁신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성장잠재력 중심으로 상장요건을 개편한다. 이를 위해 혁신기업의 상장을 일률적으로 차단하는 ‘계속사업이익이 있을 것’ 및 ‘자본잠식이 없을 것’ 요건을 폐지한다.
또한 세전이익, 시가총액, 자기자본만 충족하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단독 상장요건 신설 등 진입요건을 다변화한다. 상장요건 개편에 따라 비상장 외감대상 기업 중 약 2800개 기업이 잠재적 상장대상으로 신규 편입될 전망이다.
테슬라 요건 활용도 제고를 위해 일정한 경우 상장주관사의 풋백옵션 부담도 면제한다. 풋백 옵션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상장 후 1~6개월 간 개인청약자에게 공모가의 90%로 환매청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풋백옵션이 면제되는 경우는 ▲최근 3년 내 이익을 실현하지 못한 기업이 특례상장 후 풋백옵션을 부담하지 않은 주관사가 상장을 주관하는 경우와, ▲코넥스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 거래된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상장 하는 경우다.
금융위는 “코넥스 시장에서 일정기간 거래 후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는 유인을 제고함으로써 코넥스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코스닥 시장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코스닥 위원장을 분리 선출하고 코스닥 위원회의 위상도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을 거래소 내부직원인 코스닥본부장이 겸임하던 방식을, 외부전문가로 위원장을 분리 선출하고 본부장은 위원회 구성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바꾼다.
또한 코넥스 기업과 투자자 등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7인 구성의 코스닥위원회를 9인 구성으로 확대·개편한다. 이와 함께 본부장에 위임됐던 상장심사 및 상장폐지업무를 코스닥위원회가 심의·의결토록 권한을 강화한다.
또한 코스닥 시장 성과에 따라 거래소의 경영평가 결과가 결정될 수 있도록 경영평가 배점을 대폭 상향한다. 코스닥 시장의 예산·인력 확충에 대한 거래소의 자율성도 확대한다.
코스닥 시장 건전성 및 신뢰성 강화를 위해 부실기업이 조기 적발되고 즉각 퇴출될 수 있도록 상장 실질심사 대상을 확대하고 최대주주 등의 책임경영 유도 및 상장주관사의 불건전행위 방지를 위한 보호예수의무도 강화한다.
최대주주 등이 자발적 보호예수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엔 투자주의 환기종목 및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또한 상장주선인이 상장심사청구일 전 6월 이내에 취득한 지분에 대해 상장 후 1∼6개월간 보호예수의무를 부과한다.
◆ 자본시장 인프라 구축 및 혁신적 플레이어 육성 방안 = 정부는 시장 내 혁신적인 사업가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우선 ‘비상장 → 코넥스 → 코스닥’ 등 자본시장 성장사다리 체계를 강화한다. 아울러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비상장 주식 거래시장인 K-OTC시장이 전문투자자의 ‘모험자본 중간회수 →재투자’ 시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또한 코넥스 기업이 성장성과 기술력을 축적해 성공적으로 코스닥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체계도 마련한다.
비상장기업 및 코넥스·코스닥 기업에 대한 투자정보를 확충하는 사업도 실시한다. TCB(Tech Credit Bureau)가 증권사 보고서와 차별화된 ‘기술 분석보고서’를 생산해 제공하고, 기술 분석보고서 제외 업종 등에 대해서는 중기특화증권사 등이 분석보고서를 발간해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회계처리 역량이 미흡한 중소형 및 신규상장 기업 등을 대상으로 회계관리 교육·컨설팅 지원을 강화하고, 기술특례상장 및 테슬라 요건이 적용된 이익미실현 기업에 대해서는 거래소 등에 납부하는 수수료를 3년간 면제할 방침이다. 테슬라 요건은 혁신 기술력이 있는 적자 기업의 상장을 돕는 특례상장 요건이지만, 수익성 중심의 코스닥 상장 요건 때문에 활용도가 낮았다.
혁신적인 모험자본 플레이어를 육성하기 위해 사모중개 전문증권사도 신설한다. 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 등의 다양한 모험자본 조달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기특화증권사 및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등의 기업금융 역량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금융투자업자가 장기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주식을 장기 보유 시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고, 중기특화증권사 전용펀드를 추가 조성한다.
사모투자펀드(PEF)가 창업·벤처 투자, M&A(인수합병) 등 기업금융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설립절차와 운용규제도 개선한다. 창업‧벤처 PEF 활성화를 위해 창업투자회사의 PEF 설립을 허용하고, PEF 설립 시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신고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성장사다리 펀드로 민간 자금이 부족한 시장실패 영역에 대한 투자와 민간자본의 모험투자 참여도 유도한다. 이를 위해 사회투자펀드 300억원 등 2018년 중으로 1조원 규모의 하위펀드를 신규 조성할 계획이다.
◆ 글로벌 수준의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 = 또한 회계개혁 과제의 합리적 제도설계와 효과적 이행을 통해 우리 기업회계에 대한 국제 신뢰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새로 도입되는 감사인 주기적 지정(6년 자유선임 후 3년간 지정) 및 표준감사시간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감사인 독립성을 확보한다.
기업 회계처리에 대한 자체 내부통제 및 중요 경영위험 공시를 강화하고, 회계교육(윤리, 실무 등) 체계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에 실질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외부감사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사전예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방식을 선진화하고, 감리에 계좌추적권을 도입하고 세무조사 대상 선정 시 외부감사의견을 활용할 계획이다.
신용평가의 독립성 및 신뢰성도 제고하기 위해 제3자 요청에 의한 신용평가 및 신용평가사 선정 신청제를 도입한다. 투명성 보고서 작성 및 공개 의무화 등 신용평가사 내부통제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신용평가사의 내부통제조직, 기록·유지절차 등 내부통제 관련정책과 운영현황을 기재할 방침이다.
아울러 코스닥 기업이 업종별·기업별 특성에 맞게 기업정보를 공시할 수 있도록 실무지원과 교육서비스를 강화한다. 바이오, 게임 등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공시역량 취약법인에 대한 집중교육도 실시한다.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활성화를 위해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함은 물론, 연기금의 선도적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어 소액주주의 경영진 견제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섀도우보팅 제도를 폐지하고 원활한 주주총회 성립을 위한 노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형 기업에 적합한 지배구조 해설집 및 지배구조평가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교육 및 상담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현재 코스피 상장사들에게만 적용되는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단계적으로 코스닥 상장사들에 대해서도 적용한다.
자본시장조사단 위상을 강화하고 조사 및 적발 시스템 선진화를 통해 불공정거래 적발 역량을 제고하고, 제재 실효성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코스닥 기업의 불공정거래 예방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투자조합 관련 공시도 강화할 계획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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