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이 표류하면서 빅데이터와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후 1년 6개월가량 지났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빅데이터의 활성화와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을 동시에 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끔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식별 조치하면, 동의 없이 사용 가능하고 데이터 결합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과 기업의 활용 저조로 인해 개인정보 비식별은 정부의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비롯해 개인정보 비식별 전문기관과 20개 기업을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기업과 기관들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집합물 결합서비스를 실시했지만, 시민단체들은 3억4000여만건의 개인정보 결합물을 기업에 제공한 사실은 고객정보를 무단으로 제공·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식별 처리를 하더라도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 재식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대로 기업들은 전세계 어느 곳보다 더 엄격하고 기업에 책임소지를 부여한 제도라 적극 활용하기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에서는 가명처리를 전제로 하고 있어 데이터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적정성평가까지 받아야 하고 재식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다.
또한,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해도 데이터를 공유한 제3자가 추후에 이를 식별할 수 있게 된다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책임은 기업에게 오롯이 전가되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당하고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국회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개인정보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개인정보 활용을 북돋우고 있다. 19대 국회에서도 비식별조치 관련 5개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국정감사 때 일부 의원들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에 대해 질타하며 가이드라인 폐기를 주장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비식별조치를 거친 개인정보라도 재식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 안전장치 없이 추진된 가이드라인을 없애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현행 개인정보보법에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어도 영리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어 가인드라인 자체가 위법하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개인정보 비식별조치안은 팽팽한 이견 차로 인해 한 발짝도 앞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기업들과 비식별 조치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우면서도 빅데이터 기반이 되는 정보 활용의 길에 대해서는 합의 없이 대립각만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비식별조치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 기업은 “비식별조치 솔루션을 도입하려고 추진한 기업들도 우선 분위기부터 보자며 술렁거리고 있다”며 “데이터 분석 등을 추진하고 싶지만 괜히 무리해 나섰다가 타깃이 될까 두려워하고 있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던 계약건 중 상당수가 보류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은 둘째 치고, 글로벌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시장 플레이어들은 답답하다”며 “글로벌에서는 시스템을 갖춰 나아가고 있는데, 빅데이터 시스템이 있음에도 국내시장에서는 여러 악조건으로 인해 도입될 수 없고 고객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비식별조치 시장 활성화뿐 아니라 빅데이터 시장이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무슨 발전이 있겠느냐”라며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으면서, 그 핵심인 빅데이터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싸움만 펼치고 현실적인 답은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비식별조치 활용 확대를 위해 비식별 조치수준에 대한 시민단체 간담회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비식별조치의 명시적인 근거 마련을 위한 법제화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윤정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기존 가이드라인안에 대해 시민단체와 업계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해 법안을 도출할 예정이나, 현재로서는 이를 언제까지 시행하겠다고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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