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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 ‘작가주의’ 경영… 한계에 봉착한 것일까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레진엔터테인먼트(대표 한희성)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이하 레진)와 작가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서비스 초기 ‘작가주의’를 표방하며 성장했으나 작가와 갈등 관리가 꾸준히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엔 중국 등 해외 진출 작품의 정산 내역 및 고료가 미지급되거나 불투명하게 처리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가 됐다.

레진 출범 초창기부터 플랫폼에 무협 웹툰 ‘월한강천록’을 연재했던 인기 작가 ‘회색’은 지난 5일 ‘2년 만에 돈을 받았습니다’라는 글을 공개해 플랫폼의 부당 행위를 폭로했다. 이 글은 2년 간 레진 측에서 해외서비스 고료 및 정산 내역을 받지 못한 문제와 그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자세히 담고 있다.

작가가 이번에 공개한 글에 따르면 레진은 매 6개월마다 중국에 서비스됐던 작품 수익에 대한 정산을 작가에게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작가는 지난 2015년 7월 1차 정산 이후 2017년 8월까지 약 2년 동안 총 4번의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지난 8월 본사 방문 등 여러 차례 요구 끝에 정산금은 입금됐으나 정산 내역서가 유통사 공식 자료가 아닌 약식 자료를 통해 처리돼 신뢰성이 문제가 됐다.

회색 작가는 ‘최근 다른 작가들 역시 해외 수익 미지급 사례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문제를 공론화하게 됐다’며 시일이 지난 최근에야 관련 내용을 공개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레진은 바로 다음 날인 6일, ‘면밀하게 업무를 진행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통감하지만, 중국 해외 정산분은 모두 작가들에게 지급이 완료됐다’며 반박자료를 냈다.

정산처리가 늦어진 배경에 대해서는 “에이전시와 간접 계약을 통해 업무를 진행해 정산 자료 전달 등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다”며 “중국 수입은 같은 기간 국내 수입에 비해 0.2% 수준에 그쳐, 이에 대한 오해를 없애기 위한 근거 준비에 시일이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다만 문제 협의 과정에서 작가의 행동이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레진은 “작가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몇 십번에 걸쳐 담당PD 및 유관부서 등에 전화를 주셨기 때문에 정상적인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특히 담당PD는 계속되는 전화에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맞게 되었고 실제 휴직까지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회사의 임직원도 가정이 있고 최소한 보장받아야 할 사생활이 있다”는 표현도 덧붙이며 양 측 갈등의 골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레진 세무조사해 달라’ 청와대 청원도 = 이후 다른 작가들 역시 폭로 대열에 동참했다. 7일 레진 출신 웹툰 작가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 ‘레진코믹스 세무조사를 부탁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글은 레진코믹스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가장 큰 문제로 ‘지각비’와 ‘해외 서비스 매출 미정산 문제’를 꼽았다. 아울러 “레진이 지각비 조항으로 부당하게 작가들로부터 뜯어낸 회사의 이익금 및 당장 장부조차 투명하게 공개할 수 없는 해외 서비스 매출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밝혔다.

이후 작가는 다른 글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다른 작가들이 찾아간 적이 있으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이름뿐인 만협은 힘이 없으며, 작가들이 회계 내역 등 내부 자료를 구할 수도 없어 호소할 곳이 청원게시판밖에 없었다”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이용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청원은 10일 기준으로 약 4만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청와대 청원은 30일 간 국민 20만명 이상이 참여할 경우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해당 사안에 공개적으로 답해야 한다.

레진 측은 8일 밝힌 공식 입장에서 “현지 시점에서 미지급된 해외 수익은 없다”고 못을 박으며 “과거 미지급됐던 수익 역시, 회색 작가의 국내 수익인 3억1000만원에 비해 극히 적은 49만원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며 대응에 나섰다. ‘3억원 이상을 문제없이 이미 지급했는데 49만원을 드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레진이 이번 대응에서 작가의 수익 금액을 굳이 구체적으로 공개한 행보는 다소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많다. 작가와 플랫폼의 계약에 연봉과 관련된 기밀유지 조항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입장문을 접한 회색 작가는 ‘수익을 공개해도 된다고 허락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일부 작가들 역시 ‘관계가 틀어지면 언제든 내 수익도 공개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며 ‘플랫폼이 신뢰를 또 저버렸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양적 확장, 결국 한계 도달했나 = 두 작가의 고발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핵심을 추리면 플랫폼과 작가 간 소통 부재과 신뢰성 문제로 좁혀진다.

많은 작가들이 ‘플랫폼이 작가의 요청이나 문의에 답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 해결 루트를 찾지 못한 작가들이 트위터 등지에서 문제를 터트리는 일이 꾸준하게 반복 중이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회사측은 "소통 창구를 마련했지만 작가들이 이용을 하지 않고 트위터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올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웹툰 정보 사이트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레진 소속 작가 숫자는 262명, 연재 중인 작품 숫자는 252개다. 네이버웹툰(175명, 163개), 다음웹툰(127명, 110개), 케이툰(98명, 88개)에 비교하더라도 압도적으로 많다. 이에 비해 작가를 관리하는 PD 숫자는 시니어와 주니어를 합쳐 총 8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다시 불거진 지각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레진은 작가가 마감 시한을 어길 경우 최대 9%의 수익을 징수하는 패널티를 적용해 오다 지난 11월 폐지를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작가가 마감을 지킬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 역시 PD의 역할이지만 1인당 70~80명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때문에 다른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는 대신 손쉬운 금전적 패널티로 대신해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타 플랫폼에는 유사한 제도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거시적으로 덩치를 불리기 위해 다양한 장르, 소수 취향까지 안고 가려던 전략이 부작용을 꾸준하게 낳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레진에는 대중성은 낮더라도 마니아 취향을 타깃으로 한 희소성 높은 작품들이 많다. 출발부터 대중성보다 성인 독자를 표적으로 설정하고 비주류 취향의 작품을 대거 포함시켰다.

이는 유료 과금 사용자 비중을 늘릴 수 있지만 한정된 자원을 다수 작가가 공유해야 해 하향 평준화 문제, 혹은 차별과 특혜 논란을 낳아왔다. 같은 맥락에서 이벤트나 광고 배너, 메인 노출 등 한정된 플랫폼 혜택에 어떤 작품이 선정되느냐 역시 꾸준한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한국만화작가협회는 특정 작가가 플랫폼 혜택에서 배제된다는 ‘블랙리스트’ 소문과 관련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레진은 이번 입장문에서 최초로 지난해 남성혐오 방조 논란 사태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며 ‘일부 작가’와 ‘성실히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님’이라는 대비되는 표현을 번갈아 쓰기도 했다.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플랫폼과 갈등을 빚고 있는 작가 역시 ‘일부’라며 작가 간 구분선을 긋는 단어 선택으로도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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