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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웅 칼럼

[취채수첩] 돌고도는 종합계획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패션은 돌고 돈다. 촌스럽게 느껴지던 통넓은 바지가 다시 복고패션으로 등장하고, 빈티지백이 몇 세대를 건너뛰어 다시 인기를 누린다. 그렇게 패션은 세대를 넘어서 돌고 돌아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정책도 그렇다. 정책도 돌고 돈다. 언젠가 한 번 쯤 본 듯한 실행계획, 어디선가 들어봤던 구호들. 단어는 다르지만 느낌은 그렇다. 복고패션이 낯설지 않은 것처럼 정부가 내놓는 종합대책도 전혀 낯설지 않다.

복고패션은 반갑기라도 하지만 과거 보았던 정책을 오늘 또 보는 것은 문제다. 과거 제시했던 정책목표가 달성되지 못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30일 범정부 차원의 4차 산업혁명 종합대책이 마련됐다. 지능화 혁신으로 다양한 신산업을 창출하고 고질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내고 사회 안전망도 강화한다고 한다.

낯설지 않는 계획들이다. 물론, 정책은 어느 한 순간에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 창출 같은 정책이야 계속 이어져야 한다. 어느 순간 정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서비스 고도화에 맞춰 정책도 변하기 때문에 정책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를 들자면 액티브X 같은 문제가 그렇다. U-시티 같은 진흥정책들이 그렇다. 규제해소는 그렇게 강조해도 왜 계속 말이 나올까. 해가 바뀌어도 정부가 바뀌어도 나아지는 것들이 없다. 늘 원점에서 시작하는 느낌이다. 과거의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길래 진화하지 못하는 것일까.

매 정부 때마다 정책목표를 달성해서 새로운 정책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사라지는 정책은 그야말로 실패로 돌아간 정책들이다.

하지만 낯설지 않은 이 느낌이 과거의 데자뷰가 아니라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았을 때의 감정이면 좋겠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창조경제를 향해 돌진했다. 이제 창조경제는 버려야 할 구습이 됐다. 하지만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현 정부가 미래로 전진하기 위해 과거로부터 교훈을 찾았는지는 모르겠다.

창조경제가 4차산업혁명으로 바뀐다고 세상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산업, 사회, 생활 모든 분야에 억지로 4차 산업혁명을 끼워 맞추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정부는 이번 종합대책을 ‘I-KOREA 4.0’이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e-Korea(2002년)면 어떻고 u-Korea(2006)면 어떠랴. 구호에 정책을 맞출 것이 아니라 정책 수요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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