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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이 7나노 미세공정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대만 TSMC에 맡기기로 했다. 애플,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과 함께 TSMC의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로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GF) 등 경쟁사에 물량을 맡길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만 이번에도 패키징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됐고, 이 부분만큼은 삼성전자가 한 번에 따라잡기가 어려운 부분이어서 고전이 예상된다.
23일 브로드컴은 딥러닝과 고성능 컴퓨팅(HPC)을 위한 7나노 주문형반도체(ASIC) 생산을 위해 TSMC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빠른 데이터 처리에 특화됐으며 SERDES(Serializer-Deserializer, 병렬-직렬 송신회로),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 물리 계층(PHY), 혼합신호 설계자산(IP) 등을 지원한다.
TSMC 7나노 공정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이머전(Immersion, 액침) 불화아르곤(ArF) 노광(露光) 기술을 쓴다. 삼성전자가 빛의 파장이 이머전 ArF(193㎚)보다 훨씬 짧은 13.5㎚의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을 활용하는 것과 큰 차이다. 이는 TSMC가 이머전 ArF 노광장비의 수가 많기도 하지만, 여러 차례 회로 패턴을 그리는 더블·트리플·쿼드 패터닝으로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그만큼 칩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가부담이 커지고 제작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단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SMC는 패키징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브로드컴 7나노 ASIC에도 ‘InFO CoWoS(Chip-On-Wafer-On-Substrate)’라 부르는 패키징 기술이 접목됐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TSMC는 패키징 수율을 고객사에 일정 부분 보장해 장기적으로 붙잡아두는 전략을 펴고 있다”며 “애플뿐 아니라 브로드컴, 자일링스 등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당장 EUV와 같은 노광 장비가 아니더라도 패키징 기술을 통해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 최근 퀄컴이 삼성전자 대신 TSMC 7나노를 선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사실을 부인했지만 퀄컴 내부 소식통은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파운드리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8나노까지는 이머전 ArF를 쓴다. EUV는 7나노부터지만 곧바로 6나노로 넘어갈 계획이다. 삼성전기에서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징(Fo-PLP)와 같은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나 저가 솔루션이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에 당장 접목은 어렵다. 결국 초미세공정으로 패키징 기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AP에 적용할 수 있는 패키징 기술을 신규로 개발중이고 스마트 스케일링으로 고객사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이라며 “초대형 거래선 외의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것이 기본적인 전략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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