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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위탁생산(파운드리) 로드맵에 11나노 LPP(Low Power Performance)를 추가했다. 10나노와 14나노의 중간에서 빈틈을 메꾸고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10나노 및 중·고급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대응하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TSMC에 대응해 다양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AP와 같은 고(高)미세공정에서 세계 최대의 고객사는 애플과 퀄컴이다. 애플이 InFO WLP(Integrated Fan-Out Wafer-Level Package)와 같은 후공정 패키징을 더 매력적으로 판단하면서 퀄컴을 확실히 잡아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물론 스냅드래곤 835가 삼성 10나노 LPE(Low Power Early) 공정을 이용하면서 양강구도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으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퀄컴이 차세대 AP 물량을 TSMC에 맡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연하지만 한 파운드리에 모든 AP 생산을 맡기지 않는다. 실제로 28나노 공정으로 만든 스냅드래곤 일부 모델은 중국 SMIC가 담당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간판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7나노에서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 노광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포토 리소그래피(Photo Lithography)라 부르는 노광(露光) 공정에서 EUV 도입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현재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머전(Immersion, 액침) 불화아르곤(ArF)과 비교해 빛의 파장이 짧아(193nm→13.5nm) 두 번, 혹은 세 번 이상의 패터닝(더블, 트리플)을 거칠 필요가 없다. 이는 그만큼 원가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같은 미세공정에서 TSMC보다 분명한 경쟁력이다.
문제는 EUV가 아니더라도 미세공정 구현 자체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가령 7나노에서 삼성전자가 EUV, TSMC가 이머전 ArF를 사용하더라도 AP 생산을 맡긴 고객사 입장에서는 원하는 물량을 필요한 시기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 그만이다. EUV 적용 유무와 관계없는 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TSMC가 7나노에서 EUV가 아닌 이머전 ArF를 사용하는 이유는 관련 노광장비가 많아 감가상각에 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가) EUV를 쓴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로를 그리는 것에 그치며 나머지는 여전히 이머전 ArF를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UV 고객사 확보 우선적으로 이뤄질 듯=11나노 LPP의 등장은 삼성전자가 7나노 파생 공정과 함께 ‘투트랙’ 전략을 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11나노 LPP를 소개하면서 14나노 LPP와 비교해 같은 전력소비량에서 성능은 15%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전 14나노 LPP에서 10나노 LPE로 넘어갔을 때 성능은 27%, 전력소비량이 40% 개선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효율보다는 성능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봐야 한다.
결국 투트랙은 EUV 도입 이후의 7나노 이하, 오랫동안 끌고 갈 14나노 파생 공정이 핵심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7나노에서 오직 EUV만 쓰지는 않고 이머전 ArF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풀EUV’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마케팅 차원의 성격이 짙다고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EUV 도입은 필수적이다. ‘타임투마켓’ 대응과 파운드리 사업분 분리, 수익성 확보, 고객사 다양화 등 복잡한 셈법을 고려하는 것보다는 하루 빨리 7나노 이하를 앞당기는 게 더 낫다. 물론 가장 큰 불확실성은 고객사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애플, 퀄컴 리스크를 줄이려면 중국이나 대만의 시스템반도체 업체를 다수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7나노 EUV 공정 개발을 위해 EUV를 적용한 웨이퍼가 2014년부터 약 20만장에 이르며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공정 양산 완성도를 나타내는 척도인 SRAM(256Mb)의 수율 80%를 확보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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