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중국에서 운영하던 클라우드 장비 일부를 파트너사인 베이징신넷테크놀로지(이하 신넷)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AWS가 중국 클라우드 시장에서 철수하는게 아니냐는 루머까지 돌았으나, 중국 법규 준수를 위한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일단락됐다.
AWS가 신넷에게 장비를 매각한 이유는 지난 6월 발효된 중국의 사이버보안법(네트워크안전법) 때문이다.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은 현지에서 수집된 고객 정보 등을 중국 내 서버에 저장해야 하며, 정부 당국에 의해 관련 정보의 검열을 받을 수 있다.
또, 해외기업이 인터넷 혹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서버나 데이터센터(IDC)를 소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MS는 중국 기업을 통해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 중이다. AWS도 이같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선 중국의 ‘인터넷’ 쇄국주의가 결국 해외기업을 배척하고 자국 기업을 우선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연결이 필수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11일 중국의 광군절 하루 24시간 동안 알리바바는 1638억위안(약 27조5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목할만 한 것은 1초당 알리페이를 통해 25만6000건의 주문이 결제됐는데 이를 지원하는 ‘알리 클라우드’에서 최대 피크 시간 초당 32만5000건의 주문을 동시에 처리하며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뒷받침했다는 점이다.
명절 KTX 온라인 예매를 위해 새벽부터 기다리며 웹사이트 접속을 기다려야 하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인 모양새로 중국의 클라우드 기술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 알리바바는 가트너가 집계한 2016년 전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IaaS) 서비스 매출 기준 AWS, MS를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반면 AWS이나 MS와 같이 전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중국에서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같은 중국의 상황을 부러워하는 일부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중국의 쇄국주의 정책이 결국 알리바바나 텐센트, 화웨이와 같이 전 세계를 주름잡는 거대 기업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지난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정부가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해 TV 수입을 금지한 것처럼 IT솔루션이나 관련 서비스도 방패가 돼 주길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쇄국주의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공으로 이어질까. 과거 정부가 나서서 진행했던 전사자원관리(ERP) 보급 사업 등의 예를 보면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육성책이 쉽게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나라다. 중국이 자국의 인터넷 전문 기업에게 많은 자유와 방패를 제공하는 것 같지만 안으로는 혹독한 내부 통제를 강제하는 나라다.
쉽게 말해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정치 이념에 반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게 되면 언제든지 ‘아웃’시킬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당근’을 주는 정책은 많았지만 결과나 과정에 대해 ‘채찍’을 들이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정부의 정책이 이렇다보니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은 소위 ‘눈먼 돈’이라 불리는 정부 과제 및 정책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기술개발보다는 어떻게 하면 과제를 따낼지에 더 관심이었다. 클라우드 역시 마찬가지다. SW정책이라는 틀에서 진행되다 보니 지금까지의 육성 기조와 변화한 것이 없다.
중국의 IT쇄국 정책이 결코 올바른 정책이라고 볼수는 없다. 물론 최근 들어 인터넷 주권을 강화해 각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 주권 행사 등 조치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우리 SW시장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자유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풍토가 우리나라 IT경쟁력을 저해하는 커다란 요소가 아닐까.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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