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레진엔터테인먼트(대표 한희성, 이하 레진)는 작가들이 마감 시간을 어길 시 사측에 손해 보상금(지각비)을 지불하는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지난 9일 공지했다. 그러나 폐지 시점을 내년 2월1일로 예정하며 당분간 조항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즉각 폐지를 원하는 작가들과 여전히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된 조항인 ‘납입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은 작가가 마감기일을 어길 경우 월 수익 중 일정 비율을 플랫폼이 손해액으로 징수하는 계약 사항이다. 통상 마감 이틀 전 오후 3시(업로드 전 33시간 전)가 기준 시점이다. 지각 1회는 면제, 2회 이상부터 각각 총 수익의 3%, 6%, 9%를 징수한다.
레진은 서비스 초기에는 지체상금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으나, 점차 기일을 어기는 작가들이 늘어남에 따라 2015년부터 이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소속 작가 중 지각으로 인해 보상액이 누적으로 2000만원에 달하는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체상금 자체가 과도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한국만화작가협회 역시 지난 10일 ‘공정계약을 위한 웹툰작가 필독서’를 발간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통상 마감 시간이 작품이 게재되는 시점보다 이틀 정도 앞서 있어, 플랫폼에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으니 손해액을 징수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업로드 오류 등 플랫폼 귀책사유로 인한 마감 지연 손해는 보상이 전무하다는 점도 불공정한 부분으로 봤다. 작가에게만 책임을 씌우는 구조라는 것. ‘이미 고료와 재계약 등으로 성실도를 평가받는 상황에서 지각비는 작가에게 가해지는 이중규제’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레진 측은 지체상금 제도 폐지를 선언하면서도 당분간은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라 작가들과 별도의 서면 합의서 작성 및 제도 공백 상황에서 마감을 유지할 제도 보강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계약서 재작성을 위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은 납득하는 분위기다. 통상 웹툰 플랫폼 별로 PD 1인당 담당 작가는 40~50명에서 많게는 100명에 이른다. 이들을 모두 찾아가 의견 수렴 및 계약내용을 조율하고 서류절차를 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다만 레진은 과거 지체상금 제도가 계약서 상에 존재했음에도 적용은 하지 않고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이와 관련 레진 관계자는 “과거 2015년 지체상금 조항 적용 시에도 신규 및 재계약 작가에게 모두 합의서를 받았다”며 “법적 문제가 걸려있어 임의로 조항 폐지는 어려우며, 변경 합의서를 꼭 체결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2013년 초기 계약서는 시행 의도가 없이 작성된 계약서라 세부적인 조항 자체가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지각비 제도 없이 마감 유지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타 플랫폼의 경우 지체상금 제도 없이 운영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로드 지각 발생 시 비난이 플랫폼으로 쏟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매출, 신뢰도를 비롯한 유무형의 손해가 발생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지각비가 없어지면 마감 준수가 되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각비가 있는 상황에도 마감 준수가 안 돼서 문제가 불거진 것 아니냐’ ‘오죽 지각이 심했으면 없던 제도를 도입했겠느냐’ ‘자기관리가 필요한 작가에게는 필요악 아니겠느냐’라는 것이다.
한편 레진은 담당 PD 숫자를 늘려 수정 기간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기존 시니어PD의 경우 기존 출판 만화 시장에서 편집장 수준의 경력이 있으셨던 분들”이라며 “창작하시는 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은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현재 출판시장 업계 상황 상 경력PD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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