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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절대 안돼…공신폰·공시족폰을 아시나요?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가치는 무수히 많겠지만 그 중 핵심가치를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인터넷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으면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무용지물이다. 유튜브도 볼 수 없고 카톡, 모바일게임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스마트폰의 모든 것인 인터넷을 제거해 히트를 치고 있는 스마트폰이 있다.

주인공은 SK텔링크가 지난 6월 출시한 '공부의 신' 스마트폰이다. 이 스마트폰은 중국 ZTE 제품으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기능만 있다. 원래 음성과 문자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SK텔링크가 와이파이를 포함한 모든 인터넷 기능을 차단시켰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도 안된다.

인터넷이 안되니 SNS, 게임, 유투브 등은 볼 수 없다. 그런 것 하지 말고 공부에만 몰입하라고 내놓은 서비스다.

'공신폰', '공시족폰', '엄마가 알면 안되는 폰' 등 출시된지 몇 개월 안됐는데 다양한 별명도 다양하다.

인터넷은 안되지만 전자 영한사전을 기본 탑재하고 MP3플레이어, 스톱워치, 캘린더 등은 이용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 '공부의 신' 무료강좌 쿠폰도 함께 제공된다.

그런데 요금은 음성 100분에 문자 1000건을 제공하고 2만900원을 받는다. 카톡을 할 수 없으니 문자 제공량이 많다. 그렇다해도 음성, 문자가 웬만한 저가 요금제에서도 무제한으로 제공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이쯤되면 그냥 폴더폰 쓰지 누가 먹통 스마트폰을 사용할까 싶지만 의외로 인기가 많다. 한달에 약 2000여명이 가입한다고 한다. 알뜰폰 요금제로는 상당한 수치다. SK텔링크에 따르면 안산의 한 고등학교의 경우 처음 한명이 ‘공신폰’을 이용했다가 반 학생 3분의 1이 가입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공신폰' 답게 학생, 공무원 준비생 등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사람들이 찾는다. 처음에는 학생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졌지만 공무원 등 취업준비생들도 찾고 있다.

스마트폰의 가장 큰 가치는 연결(인터넷)이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차단한 스마트폰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제대로 공략한 셈이다.

예상외로 큰 성공을 거두자 SK텔링크는 2탄을 준비 중이다. 연내 '공부의 신 2'를 선보여 이용자들의 선택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공신폰’의 히트가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다. 현재 정부와 망 의무제공사업자 SK텔레콤간 협상이 3개월째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감면이 전제되지 않으면 사업하기 힘든 알뜰폰의 현실을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극복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SK텔링크 관계자는 "원가 이하의 출혈경쟁에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감면 등 사업환경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숨어있는 고객 니즈를 찾고 상품을 기획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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