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016년 12월 23일 대신증권은 서울 여의도 본사 영업부에 설치된 주식 시세전광판의 운영을 중단했다. 대신증권 시세전광판은 ‘국내 1호’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날 철수로 여의도 증권가의 대형 시세전광판의 명맥도 동시에 끊겼다.
2017년 9월 11일 가상화폐거래소를 운영하는 코인원은 여의도에 ‘코인원블록스’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오픈했다. 증권객장처럼 대형 전광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상화폐 별 가격 추이를 확인할 수 있고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공간을 목적으로 오픈했다.
증권사 객장은 한때 투자자들이 모여 증권시장의 활황을 체감할 수 있는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홈트레이딩(HTS), 모바일 트레이딩(MTS)의 발전과 함께 오프라인 객장의 효용성은 점차 상실돼갔다. 굳이 객장을 찾지 않아도 시세조회와 매수매도가 가능해졌으며 사람과 사람이 맞대며 오고가던 정보교환도 온라인 카페, 메신저 등을 통해 대체 가능해졌다.
마찬가지로 비대면채널의 발전과 함께 은행들도 지점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파격적인 지점 줄이기에 나선 한국씨티은행의 박진회 은행장은 “오프라인 지점은 한국씨티은행 채널 거래의 5%를 차지한다. 전통적 지점거래는 2006년 38%에서 2016년 6% 내외로 떨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프라인 지점을 축소하는 이유의 근거다.
그렇다면 코인원은 왜 비대면채널 시대에 굳이 객장을 오픈했을까. 100%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와 같이 오프라인 지점을 고집하지 않는 금융사도 출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가상화폐는 비대면시대 핀테크 시장을 이끄는 주요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코인원 차명훈 대표는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할 수는 없다. 오프라인에 대한 요구도 많다고 본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아직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못한 가상화폐를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대면을 통한 설명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증권과 은행이 지점을 줄이는 이유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비대면 가능하다는 점도 있지만 해당 서비스에 고객이 익숙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국민 대부분이 은행 및 증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적어도 송금이 무엇인지 몰라서 서비스를 이용 못하는 국민은 없다는 뜻이다.
반면 블록체인, 가상화폐처럼 핀테크 조류를 타고 새로 활성화되는 금융 서비스에 대해선 아직 대중의 이해가 부족하다. 이를 알리기 위해선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맞대고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는 것 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우리는 지금 은행 및 증권사들의 지점이 축소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오프라인 지점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가상화폐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나올 경우 이들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지점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근 회자되는 O2O(온라인투오프라인)도 결국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결이 핵심이다. 상거래나 금융거래에 있어 오프라인이 가졌던 주도적 '지위'에 변화가 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프라인이 배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으로 오프라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키워드로 자리잡을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