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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폰트 쓰면 위법? 저작권 강사 얘기 들어보니

-한광수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청년강사 인터뷰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저작권 문제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상담을 진행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청년강사’로 활동하는 한광수 강사<사진>다.

그에게 최근 소위 ‘폰트 사냥꾼’에 관련된 상담이 늘었다. 무료로 서체를 공개한 다음, 이용한 업체를 찾아 ‘개인 이용이 아니라 상업적 이용이면 무료가 아니라 위법이다’고 으름장을 놓는 방식이다.

그는 “서체 파일 자체를 무단 복제하면 저작권 침해지만 단순히 서체를 이용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그럼에도 저작권법 위반을 운운해 서체 수백개가 든 프로그램을 100만원 수준에 구입하라는 강요가 최근 많이 빈번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9시 저작권 뉴스’ 등 국내 저작권 이슈를 쉽게 풀어 쓴 콘텐츠를 게재하고 저작권 피해자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광수 강사를 만나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한때 콘텐츠 제작업에 종사했던 사업가다. 2000년대 초반 라이브라인미디어의 대표로 재직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양영순 작가의 만화 ‘아색기가’를 원작으로 한 ‘이선정의 아색기가’같은 2차 콘텐츠를 제작했었다. 그러나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피해로 사업을 두 번이나 접어야 했다. 현재 무료로 저작권 관련 상담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경험 때문이다.

한 강사는 거의 매일 하루 한 건씩은 상담 문의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주로 블로그 등에 게시물을 올렸다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고발을 당했다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이런 피해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안내해준다.

자신의 작품을 도용당했거나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목격한 작가들의 하소연도 있다. 법적 대응을 할 만한 경제적‧시간적 여력이 없거나,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겼지만 액수가 크지 않아 무성의하게 진행했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웹소설 콘텐츠 같은 경우 불법유통으로 인한 피해액 산정이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위로금 조로 수십만 원 수준의 배상액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여러 건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다면 투입되는 노력 대비 성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작가 입장에서도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많다“며 ”정 해법이 없을 경우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는 방식으로라도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사나 제작사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저작권 피해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 저작권법이 약자보다 문화자본에게 유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신인 작가들이 제출한 작품을 채택해주지 않고 아이디어만 도용하는 일이 업계에서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이들은 향후 불이익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나 아이디어만 교묘하게 차용할 경우 법정에서도 이기기 어려워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한 강사는 “미국 디즈니 등 대형 제작사에서는 계약된 작가들, 소속 작가들의 메일이 아니면 확인도 하지 않고 삭제하는 관행이 정착돼 있다. 이렇게 해야 아이디어 도용 등에 관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 강사는 현재 저작권 강사 활동과 대학원 진학을 병행해 저작권에 대해 더 깊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학계에 종사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그는 작가들의 시나리오 저작권 피해와 관련해 “기술적으로 작품이 움직이는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리적으로 상품이 움직이는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처럼, 콘텐츠에도 비슷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가 담긴 메일이 열리면 누가 콘텐츠 내용을 확인했는지, 파일이 복사가 됐다면 어느 컴퓨터에서 어디로 이동했는지 기록이 파일에 남는 방식이다. 현재 게임이나 영화 등에 적용된 저작권 보호장치(DRM)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전반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 자체는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는 어린 세대일수록 콘텐츠 소비에 정당하게 대가를 지불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하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에서 특강을 진행하다보면 요즘 학생들은 게임 등에 과금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수업을 듣고 난 후 집에서 배운대로 실행하려고 하면 부모님들이 꾸지람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는 우려를 보였다. 40대, 50대 학부모 세대는 아직 ‘공짜로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돈을 들이려는 것이냐’는 의식이 깊게 박혀있다는 것이다.

한 강사는 “현재 10대들은 모바일 등을 통한 콘텐츠 결제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구매력도 높은 세대다. 향후 성인이 됐을 경우 이들이 콘텐츠 시장 저변을 크게 넓힐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들에게 바른 저작권 지식과 도덕관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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