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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정책에 SI·SW업계, 미묘한 파장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창출 계획에 따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스템 통합(SI)·소프트웨어(SW)업계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번 정책에 SW개발·유지관리 등 전산업무 부문 파견 및 용역 근로자 등을 포함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계획은 정부 및 공공기관의 청소‧경비‧시설관리직 등 파견·용역 등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공공부문 사업비중이 있는 SI·SW업계에선 인력 유출에 따른 경쟁력 하락과 해당 사이트에 대한 사업 기회 상실 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SI·SW 파견 근로자들의 경우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과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 차 있어 양 측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 지난 29일 오전 IT서비스산업협회, 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5개 관련협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비상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중소 SI·SW기업이 양성한 전문인력의 공공기관 정규직 흡수로 인해 일어날 파장과 이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논의했다.

◆중소SI·SW기업 위기감 높아 = 이들 업체들이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른 실효성의 미흡과 업계에 미치는 부작용이다.

즉, 업계는 이번 SW개발·유지관리 등 전산업무 부문 파견 및 용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정부의 공약사항인 81만개 '일자리 창출'이 아닌 단순 '일자리 이동'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전산업무 관련 정규직 전환 부문은 제외시켜야된다는 논리다.

IT서비스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은 중소SI·SW기업이 양성한 전문인력이 공공기기관 소속의 정규직으로전환되면 공공부문으로 이전하게 되는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 이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중소SW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SW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협단체에 따르면 일자리 창출이 연말 기관장(기관)평가로 이어지다보니 기관들은 마구잡이로 중소SI·SW 기업의 정규직원을 공공기관의 정규직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및 공공기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우려되는 문제에 대해 이들 협단체에선 ▲중소기업 일감 감소 ▲IT개발자 양성의 어려움 ▲경영상태 악화 및 폐업 등을 내놓고 있다.

◆"공공 IT인력 정규직 늘어나면 공공기관 일감 줄어들것" 우려 = 중소SI·SW 기업에서 파견나간 직원들이 해당 기관의 정규직이 될 경우 해당 운영부문에 대한 사업발주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중소SI·SW 기업의 사업기회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공공기관 전산 운영 인력은 개발 경험과 운영 경험을 선 순환하면서 전문성이 길러지는 인력 인데, 운영인력이 공공기관의 정규직이 되면 IT 개발자 양성에 치명적이라고도 주장한다.

전문 기술을 보유한 개발자를 회사에서 양성하는데 3~5년 이상 투자가 필요한데 고급인재 유출 시, 신입사원을 뽑아서 재투자해야 되므로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로 재무상태가 빈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상태 악화 및 폐업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파견/용역직원은 노사 및 전문가와 협의를 거쳐 전환하게 되어 있다. 이는 사실상 공공기관에 파견/용역직원 중 누구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인지를 맡긴 것”이라며 “SI·SW개발자의 경우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3-5년차 이상의 경험을 가진 핵심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SI·SW기업의 핵심인력만 뽑아가고 SI·SW기업엔 1,2년차 혹은 중장년의 인력만 남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국내 중소 SI·SW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한 동력 상실로 연결돼 결과적으로 일자리창출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전략과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파견 개발자 환영, 공공기관 역량 강화 = 반면 SI·SW기업의 파견 및 용역직원들의 경우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에 대해 대부분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해당 기관의 정규직 업무에 준하는 노동 강도에 비해 대우 면에서 부족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안정적인 근무여건을 가져갈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기관의 IT역량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공공기관 파견직 SW개발자의 경우 “공공기관의 IT사업 발주 및 관리 역량이 아직도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전문 개발자들이 정규직화되면 IT발주 역량이 높아지고 자체적인 사업관리가 가능해지는 등 공공기관의 IT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오히려 국내 IT시장 발전에 선순환의 연결고리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올바른 사업발주와 사업범위 설정으로 중소 SI·SW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고 저가 경쟁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SI를 수반하는 공공 SW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SW기업이 파견직 직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SW의 완결성과 패키지로서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에 SW기업은 글로벌 SW기업처럼 라이선스 기반의 패키지 판매에 집중하고 유지보수 관리 등은 별도의 계약에 따라 진행하는 선진화된 구조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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