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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과기정통부의 일하는 방식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통신3사 CEO와 만남을 가진다. 이미 25일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 박정호 대표를 만났고 26일에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만났다. 곧 황창규 KT 회장과도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정보통신 부처 장관이나 통신 규제기관 위원장이 통신업계 대표들을 만나는 것은 의례적인 일이다. 산업의 성장이나 이용자 이익 확대를 당부하기도 하고, 기업들도 사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부탁하는 것은 당연하다. 역대 방통위 위원장이, 미래부 장관이 취임 후, 또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통신사 대표들을 만났다. 물론, 과거에도 매번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다. 과열경쟁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때로는 인위적인 요금인하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만남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유 장관과 통신사 대표간 만남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유 장관은 “얼굴보고 친해지기 위해서 만났다”고 말했다. 최근 이동통신업계의 최대 관심사항인 선택약정할인 확대나 보편요금제 도입 등 실무적인 이야기는 나누지도 않았다고 했다. 또한 유 장관은 3사 CEO와 함께 만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다 모이면 회의가 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유 장관 얘기만 들으면 일상적인 상견례 자리로 보여진다. 하지만 유 장관과 CEO간 회동은 마치 비밀작전을 수행하듯 이뤄지고 있다. 일정과 내용은 물론, 장소조차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숨바꼭질 끝에 나온 유 장관의 일상적 발언도 오후 공식 일정에서야 가능했다.

언론이 알면 안 되는 내용이라도 있는 것일까?

전후사정을 고려해 예상해보자면 아마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고민 때문이 아닐까 싶다.

9월 선택약정할인 확대와 보편요금제 도입을 앞두고 정부와 사업자는 일촉즉발의 대치상태다. 통신정책 부처를 상대로 사상 첫 소송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유 장관, 그리고 이름을 바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단 선택약정할인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 이미 기본료 폐지는 사실상 폐기된 마당에 선택약정할인, 보편요금제 도입마저 무산되면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은 공약(空約)이 된다. 이는 과기정통부, 더 나아가 유 장관의 실패로 직결된다. 취임초반부터 전력질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관의 뜻인지 보좌진들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에 나와봐야 도움 될 것 없다라는 판단을 내린 듯 싶다. 하지만 과정을 감춘다고 결과가 아름답게 포장되지는 않는다. 이미 소송불사를 외친 통신사들이다. 장관 만나고 나서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발표한들 그 순수성은 이미 의심받은 후다. 선택약정할인, 보편요금제를 제안한 곳은 바로 과기정통부다. 제도에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있으면 깔끔하게 법적으로 시비를 가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언론에 숨긴다는 것은 스스로 부적절한 만남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고, 잡음이 나타나더라도 설득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장막뒤에서 사업자 팔을 비틀어 문제를 해결해봤자 수년 뒤에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4차산업혁명을 준비한다는 과기정통부가 일하는 방식은 여전히 쌍팔년도식이어서 안타깝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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