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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통신비 인하 방안 용두사미 우려

최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이 포함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과 지나치게 비싼 가계통신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역대 정부에서도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은 수많은 논란을 양산했다. <디지털데일리>는 바람직한 통신비 인하 방안과 단기적인 이용자 이익 확대와 투자 확대로 이용자 이익과 산업이 함께 커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이 발표됐다. 당초 공약의 핵심은 1만1000원의 이동전화 기본료 폐지가 핵심이었지만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대신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 요금감면과 당초 공약에는 없었던 보편요금제 도입 및 선택약정할인율 5%p 상향이 자리를 대신했다. 정부는 방안들이 잘 이행될 경우 연간 4.6조원 가량의 통신비 경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방안이 확정됐지만 역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늘 그랬듯 이번 정부에서도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용자 이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사업자, 유통업계, 알뜰폰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확대와 생태계 발전 등 산업적 측면의 미래는 고려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이 논의와 갈등만 양산하다 지난 이명박 정부때처럼 실효성 없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10년전 이명박 대통령은 가계통신비 20% 절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시장이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일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단품에서 결합상품으로 넘어가는 등 시장과 산업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두루뭉술한 공약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결국 인위적인 기본료 1000원 인하 등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외면받는 정책을 강행하기도 했다. 당시 통신비 정책을 주관했던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공약 20% 인하를 달성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수치와 범위는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통신비 인하 공약을 나름 준수하게 이행한 정부는 박근혜 정부였다. 사실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약속이 없었지만 가입비 폐지를 실천했고 논란이 있지만 단말기유통법을 시행해 유통시장 안정화 및 선택약정할인 도입, 알뜰폰 활성화 등을 이뤄내기도 했다. 가입비 폐지가 강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기본료처럼 매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2년에 한번 정도 발생하는 일회성 비용이라는 점을 파고들은 것이 주효했다. 또한 정부가 강제하기보다는 법을 토대로 집행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초반 법에 근거도 없는 기본료 폐지에 주력하다가 결국, 스스로 공약을 후퇴시키는 우를 범할 수 밖에 없었다. 기본료 폐지가 사실상 무산됐지만 그에 준하는 혜택 제공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새로운 논란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선택약정할인 확대와 보편요금제 도입이 대표적인 방안이다. 선택약정할인은 단통법 시행으로 도입된 제도다. 지워금을 받지 않은 이용자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2%에서 시작해 20%까지 확대됐다. 정부는 이 요금 할인율을 2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5%p 수준에서 장관이 재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20% 할인율 만으로도 지원금 혜택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원금과 요금할인 격차가 더 커져 기기를 구매하는 이용자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할인율 계산을 위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다보니 사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통3사는 법적 대응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 역시 많은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특정 구간의 요금을 직접 설계하는 것이다. 저가 요금제 가입자가 고가 요금제 혜택을 보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2만원대 스마트폰 요금제 혜택을 대폭 늘리면 다른 요금제들도 연쇄적으로 인하 압박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요금수준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요금설계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현재의 제도하에서는 실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

문제는 보편요금제가 시장의 수요와 공급, 경쟁의 원칙 등을 모두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통사들은 정부가 요금을 결정하기만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자율적인 요금경쟁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이통3사 대비 요금경쟁력을 갖췄던 알뜰폰 사업자들도 위기에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도매대가 추가 인하를 통해 알뜰폰 사업자들이 지금보다 더 낮은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보편요금제에 요금할인율 확대에 직면한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비용을 통제할 수 밖에 없다. 알뜰폰에 대한 혜택도 줄고, 자칫 5G 등 신사업을 위한 투자도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주도할 경우 시장에서의 자율성은 퇴보될 수 밖에 없다. 연간 4.6조원의 요금절감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고, 정책이 실효성 있게 집행될 경우 5G 투자 위축, 알뜰폰 및 유통업계 퇴출 등 부정적 결과도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은 임기내내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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