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사 vs 알뜰폰, 가입자 뺏기 전면전…인위적 통신비 인하, 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 현실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은 여기까진가. 알뜰폰 업계가 성장률 둔화에 이어 기존 통신사와 경쟁에 내몰렸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 방향을 시장 자율보다 인위적 조정으로 잡은 것에 따른 나비효과다. SK텔레콤과 KT가 알뜰폰 가입자 뺏기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자회사 알뜰폰 영업을 강화키로 했다. 통신사도 제 코가 석자다. 알뜰폰이 통신 3사와 정면대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가 대리점과 판매점에 알뜰폰 가입자의 번호이동을 유치할 경우 통상 번호이동보다 높은 장려금(리베이트)을 지급하고 있다. 양사 모두 7월 들어 장려금 차별 정책을 시행 중이다.
알뜰폰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망을 빌려 이동통신서비스를 하는 업체. 네트워크가 없는 대신 요금이 싸다. 품질은 통신망 제공 사업자와 동일하다.
장려금은 통신사가 유통에 지불하는 돈이다. 가입자 유치의 대가다. 통신사는 이를 ▲지급 및 판매수수료(SK텔레콤) ▲판매관리비(KT) ▲판매수수료(LG유플러스)로 분류한다. 불법 지원금은 대부분 대리점 또는 판매점이 통신사에서 받은 장려금 일부가 재원이 된다. 통신사의 장려금 차등 조정이 유통의 불법 영업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시장 왜곡도 발생한다. 유통은 많이 팔기만하면 된다. 소비자 편의보다 장려금을 많이 주는 쪽으로 영업의 방향이 기울기 십상이다.
시장을 감시해야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벌써 몇 달째 개점휴업이다. 방송위 위원장은 지난 4월 이후 3개월째 공석이다. 새 정부의 방통위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가 막 끝났다. 하지만 새 정부 방통위는 위원장 후보 포함 통신 전문가가 1명도 없다. 출범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출범해도 제구실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알뜰폰 상승세 둔화는 통신사의 차별적 장려금 지급 영향도 크다”라며 “자금력이 우세한 기존 통신사가 장려금으로 경쟁에 나서면 이길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6월 알뜰폰은 번호이동에서 통계작성 후 처음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양사에 가입자를 내줬다. 한 달 동안 알뜰폰이 번호이동으로 본 이득은 401명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는 장려금 경쟁엔 빠졌지만 자회사 알뜰폰 브랜드를 지난 6월 ‘유플러스 알뜰모바일’로 변경했다. 모회사와 자회사 연관을 강조 마케팅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뿐 아니라 SK텔레콤 KT도 자회사 알뜰폰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우회 가입자 유치 통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5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를 총 713만3234명으로 집계했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1.4%다. 작년 12월 11.2%에 비해 0.2%포인트 증가했다. 알뜰폰 점유율은 ▲2013년 4.5% ▲2014년 8.0% ▲2015년 10.0%으로 2014년을 정점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성장률은 전년대비 0.5%포인트도 못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