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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의미없는 ‘소프트웨어(SW) 기업’ 감별법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한국소프트웨어(SW)산업협회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SW1000억 클럽’을 발표하고 있다.

물론 순전히 SW로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기업들의 분류는 아니다. SW에서의 매출은 제조기업 등 다른 산업군의 3배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 매출 300억원 이상 기업을 ‘1000억 클럽’으로 규정하고 있다.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300억 클럽'이라 불러야 맞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국내SW기업의 매출과 고용수 등 전반적인 지표는 늘어난 것이 주목된다.

물론 협회 회원사 수가 9000여개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SW업계를 대변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의 유일한 SW관련 통계임을 감안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 데이터를 보면 다소 의아한 점이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위 SW업체는 삼성SDS다. 삼성SDS의 2016년 매출은 8조1801억원이었다. 뒤를 이어 네이버(4조226억원)가 2위를 기록했다. 3위와 4위는 각각 LG CNS(3조369억원)와 넷마블게임즈(1조5000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5위는 카카오(1조4642억원)다. 이들은 모두 연매출 1조 이상의 거대 기업들이다. 하지만 IT업계에선 이들을 SW기업으로 여기지 않는다.

통상 삼성SDS나 LG CNS는 주로 계열사의 시스템통합(SI) 업무를 담당하는 IT서비스기업, 그리고 최근에는 물류업체나 태양광 등 에너지 분야로 영역을 크게 넓히고 있다. 또 네이버나 카카오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 넷마블게임즈는 게임업체로 분류된다. 이외에도 이번 통계의 상위권에는 IT서비스와 게임, 인터넷 서비스 분야의 업체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은 어떻게 SW산업협회의 SW10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을까.

이러한 데이터가 나온 데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SW산업협회에 따르면, 이 통계는 SW사업자신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자공시시스템,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 등 기업정보 서비스를 기반해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SW사업자신고를 위해선 전체 매출에서 SW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이어야 한다. 때문에 SW사업자 신고를 한 기업은 대부분이 포함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W 매출이 30% 이상인 SI, 컨설팅, 임베디드, 인터넷서비스, 게임 분야 기업까지 모두 집계된 것이다.

정작 마이크로소프트(MS)나 오라클과 같이 국내 SW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유한회사로 분류돼 있는 기업들은 매출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이번 조사에선 빠졌다. 한때 협회가 이들에게 데이터를 요구해서 한 번 반영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또, SK주식회사로 합병된 후 비 SW 분야 매출이 포함된 SK㈜ C&C도 이번 조사에선 제외됐다. 대신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우아한형제들'이나 '야놀자', '직방'과 같은 O2O 스타트업 등이 신규로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이제 SW업체냐 아니냐를 구분짓기에는 세상이 많이 변했다. SW는 최근 전 산업군을 파고들며,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수백명에 달하던 주식 매매 트레이더들을 소수만 남기고 관련 업무를 SW로 대체했으며, 자율주행자동차 등의 등장으로 자동차 업계가 SW에 투자하는 금액은 어마어마하다.

이미 지난 2011년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마크 앤드리슨은 ‘왜 SW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나(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는 칼럼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하면서 이같은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아마 자동차나 헬스케어 등도 곧 SW업체로 분류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다.

이쯤에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이것이다. 전체 산업이 SW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진짜(?) SW업체들은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가?

이미 해외 SW업체들인 클라우드 서비스, 인공지능(AI) 등에 올인하며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국내 SW기업의 대처가 중요한 시점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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