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가 자회사를 통해 자본제휴를 강화했다. SK텔레콤 총 900억원, SM엔터 총 473억원(자회사 포함)을 투입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재무구조개선과 콘텐츠’를, SM엔터는 ‘안정적 사업구조’를 챙겼다.
17일 SK텔레콤과 SM엔터는 상호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와 지분 양수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아이리버, SM엔터는 SM컬처앤콘텐츠(SM C&C)가 핵심이다.
◆SKT 900억원·SM엔터 473억원 투입=우선 SK텔레콤과 SM엔터는 아이리버에 각각 250억원과 4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아이리버는 여기서 300억원을 빼 SM라이프디자인(SM LDC)을 인수해 100% 자회사로 만든다. 작년 SK텔레콤과 SM엔터가 만든 SM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SM MC)는 흡수합병한다. 일을 마무리 한 후 아이리버 1대 주주는 SK텔레콤(지분율 46.0%), 2대 주주는 SM엔터(지분율 20.6%)가 된다.
또 SM C&C는 SK텔레콤에서 65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는다. SM엔터와 SM엔터 자회사 드림메이커도 각각 50억원과 23억원을 증자한다. 이 돈 중 650억원을 투입해 SK플래닛이 물적분할할 광고사업 부문을 인수해 100% 자회사로 둔다. 증자 후 SM C&C의 1대 주주는 SM엔터(32.8%, 계열사 포함), 2대 주주는 SK텔레콤(지분율 23.4%)이다.
SK텔레콤은 이번 계약에 대해 “SK그룹 신경영방침 ‘함께하는 딥 체인지 2.0 성공 사례”라며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한류 콘텐츠 산업 결합을 통해 5년 내 10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SM엔터는 “SK플래닛 광고 사업과 콘텐츠 제작 사업을 합쳐 일본 ’덴츠‘를 벤치마크한 새로운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양사 입장은 큰 그림이다. 속내는 다를 수 있다. 큰 그림이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당면과제 해소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아이리버, 한류 마케팅 강화 전망…SKP, 11번가 의존도 심화= SK텔레콤 입장에선 일단 아이리버의 경영환경 개선과 판로 확대가 기대된다. 작년 아이리버의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523억원과 94억원이다.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118억원과 12억원이다. 음향기기는 스마트폰에 밀려 고전하는 분야다. ‘아스캘앤컨’이라는 브랜드로 전문가 시장을 공략 중이지만 한계가 있다. 이번 증자로 아이리버는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아울러 SM LDC는 일본에서 연예공연 도구 및 연예인 상품 판매를 하는 회사다. SM 소속 연예인을 이용한 특화제품과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통로도 확보했다. 스마트폰이 잠식한 시장을 팬심으로 뚫어보려는 전략이 가능해진 셈이다.
SM엔터 입장에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길이 열렸다. SK플래닛의 광고사업을 하는 M&C부문의 2016년 총 취급액은 4551억원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기준 국내 광고대행사 중 5위다. SK에서 SM으로 간판을 바꿔달아 새 시장 개척 걸림돌을 치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SK쪽 광고에 대한 안전장치는 그대로다. 아울러 오고간 돈을 따져보면 110억원을 들여 광고 사업을 얻었다. 나쁜 장사가 아니다.
한편 SK텔레콤의 자회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된다는 측면은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다. 이번 결정은 아이리버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서다. 아이리버를 살리기 위해 SK텔레콤의 재원과 SK플래닛의 광고 사업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각종 휴대용 ICT기기를 위기로 몰아가는 추세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SK플래닛은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회사다. 11번가 마케팅 비용이 발목을 잡고 있다. 광고 사업 분할 매각으로 11번가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OK캐쉬백과 시럽 등 페이 사업도 경쟁자가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