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4일 열렸던 인사청문회에서 “배달앱과 같은 플랫폼 사업의 경우, 시장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한에서 국가의 개입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그는 “국가가 관련 사업을 직접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앱 수수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사업자들에 대한 지원과 불공정거래 개선 등의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는 “정말 창조적인(?) 발상”이라며 “겨우 민간에서 만들어놓은 시장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일은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SW업계는 정부 주도의 공공SW사업이 민간 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을 종종 목도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6년 정부가 개발한 표준 업무관리시스템 ‘온나라시스템’이다. 당시 정부는 부처별로 독자적으로 개발, 사용하던 업무관리시스템을 폐기하고 온나라시스템을 공통 SW로 지정했다.
문제는 정부가 이를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 무료로 공급했다는 점이다. 정부 입장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얻었으나 관련 사업으로 성장했던 국내 SW기업은 큰 타격을 받으며 존폐기로에 서기도 했다.
올해 초 오픈한 교육부의 국립대 자원관리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이는 산재한 국립대의 행정시스템을 일원화해 대학의 행·재정 시스템을 선진화시키자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재정·회계, 인사·급여, 산학·연구 분야를 통합시켜, 전국 39개 국립대에 도입됐다. 하지만 대학관리시스템을 개발하던 국내 SW업체는 결과적으로 시장을 잃게 됐다. 이밖에도 행정자치부의 지방보조금 회계 관리시스템 개발 등 여전히 유사한 논란을 낳고 있다.
물론 정부가 가만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 역시 이같은 상황을 이해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미래부는 ‘SW 영향평가제도’를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이는 정부 주도의 공공 정보화 사업이 민간 시장을 위축시키는지 그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의 공공SW사업을 파악한다고 해도,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시행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최근 한 국회의원은 이를 법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공공SW사업은 그동안 국산 SW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돼 왔다. SW 자체의 발전도 필요하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확산시켜주는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같은 클라우드 환경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정부 정책의 중요성은 더 절실해 보인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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