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접속경로 임의 차단을 놓고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갑질논란에 방송통신위원회까지 금지행위 여부 점검에 나서면서 결과에 향후 글로벌 콘텐츠공급자(CP)와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간 관계 설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SK브로드밴드 가입자들이 페이스북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통신망 이용료를 둘러싼 국내 ISP와 해외 CP간의 해묵은 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페이스북의 전용망 설치 요구를 SK브로드밴드가 거절하면서 이용자 불편이 현실화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통신사의 네트워크에 다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CP의 비용분담 문제다. 포털, 게임 등 국내 CP들은 이용자들에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통신사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캐시(Cache) 서버 설치 및 비용을 국내 통신사가 분담할 것을 요구하며 갈등이 본격화됐다. 결국 협상결렬로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하면서 이용자 불편이 초래됐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의 국내 사용자 접속경로 임의 변경 행위와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가 없는지 점검에 나섰다. 사업자간 불공정 행위 및 이용자 이익 침해 여부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에 위반되는 부분이 있다면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가 홍콩에서의 접속 용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용자 불편은 해소되고 있지만 국내외 CP간 역차별과 건전한 ICT 생태계를 위한 사업주체간 비용분담 등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23일 페이스북은 상호접속을 들며 해명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SKB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의 홍콩 접속점을 통해 접속하는데 이 곳에서는 양사의 데이터가 비용없이 오고 간다"며 "이것이 SKB 내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주로 이동하는 경로이며 다양한 해외 사업자들이 함께 이용하는 SKB의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페이스북은 “상호접속 고시는 통신사업자 간의 상호접속에 대한 내용으로 콘텐츠 사업자인 페이스북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비용 없이 오고가는 접속경로이기 때문에 트래픽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 책임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SKB는 "상호접속 비용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비용, 즉 망이용료를 국내외 CP들처럼 부담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래전부터 통신사와 CP간 트래픽 증가에 대한 비용분담 문제가 거론돼왔다. 망중립성 원칙에 따라 합법적인 서비스는 불합리하게 차별하지 못하지만 네트워크에 대한 무임승차(Free-riding)를 방지하기 위해 망관리 및 운영비용을 분담하는 등 CP와 ISP간 협력모델이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실제 네이버나 카카오, 대형 게임사 등 국내 주요 CP들은 통신사에 통신망 이용과 관련해 상당한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트래픽을 네트워크 사업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업자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다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사업자는 비용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페이스북처럼 해외 CP들의 경우 통신사와 비용분담에 대해 소극적이다. 법으로 강제할 수도 없고, 사업자들간 협상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보니 국내 CP와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구글 등 해외 인터넷 기업들은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에 진출해 막대한 광고매출에도 불구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 입에서 "규제보다 역차별 해소가 먼저"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오래된 갈등이지만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금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조세회피를 막는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구글세’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는 반면, 네트워크 비용분담은 정부가 강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애국적 관점에서 문제가 쉬워보이지만 전 세계에 국내 CP들이 진출할 때 동일한 비용분담 요구가 나오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토로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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