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올해도 주요 정보보안기업들은 ‘1분기 보릿고개’를 겪었다. 주요 정보보안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본 결과 안랩, 이글루시큐리티, 한국정보인증, 한국전자인증, 라온시큐어를 제외한 곳들은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5개 기업 중 3곳은 공인인증·생체인증 등 보안 인증 관련 사업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면 안랩과 이글루시큐리티만 흑자 상황에서 영업이익 개선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매출액은 윈스, 지란지교시큐리티, 한컴시큐어 3곳만 감소세를 나타내며 대부분 매출 증가를 이뤘다. 매출액은 외형적 성장일 뿐 실제 회사의 수익과 직결된 부분은 영업이익이다. 매출액 증가에도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들도 보였으며,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적자로 전환됐고 시큐아이와 한컴시큐어는 적자규모가 늘어났다.
정보보안업계는 전통적으로 1분기를 비수기로 보고 있는데, 대체로 이 때 우울한 성적표를 제시한다. 이유는 주요 국내 정보보안기업들이 정부 및 기관 등 공공사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수상황이기도 했다. 국정공백 및 정국혼란이 이어졌고 조기 대선으로 인한 새 정부 출범을 맞이했던 정치적 변화도 영향을 끼쳤다. 공공기관이 사업을 평소처럼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최근 정부는 1·2분기 사업진행을 독려하고 있지만, 당해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3·4분기 때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솔루션 관련 사업들은 마무리가 된 후에야 수익으로 잡히기도 한다.
결국, 정부에 의존하는 국내 보안업계의 생리가 1분기 보릿고개라는 법칙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를 인지하는 국내 보안기업들은 이러한 실적 구조를 극복하고자 엔터프라이즈 및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순위권 밀리는 시큐아이 등 ‘영업적자’ 빨간불=영업적자 빨간불이 들어온 곳은 ▲시큐아이 ▲한컴시큐어 ▲지란지교시큐리티 ▲한솔넥스지 ▲시큐브 ▲닉스테크 ▲파수닷컴 등이다.
국내 탑3 정보보안기업에 꼽히던 시큐아이는 이번 1분기 영업손실 68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규모 확대를 보였다.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3위권 밖으로 밀렸다. 당기순이익도 적자전환했다. 이에 대해 시큐아이는 누락된 법인세 부분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큐아이의 전체 매출액은 159억28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9.8% 증가했으나, 주력 제품인 방화벽, 통합위협관리(UTM), 침입방지시스템(IPS) 등에서 부진을 겪었다. 이와 관련한 제품매출은 65억89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3% 줄었다.
유리관리서비스 매출은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25억1200만원이며, 정보보안솔루션과 컨설팅 매출은 각각 50억4600만원, 17억8100만원으로 각각 229.4%, 13.2% 늘었다. 정보보안솔루션 매출이 급증한 이유는 국내사업이 확대된 이유도 있지만 관계사를 통한 해외사업 부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익성이 좋은 주력 제품군의 매출하락이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컴시큐어 적자규모도 확대됐다. 1분기 한컴시큐어는 영업손실 11억78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10억9800만원보다 늘었다. 매출액도 20억1300만원으로 37% 줄었다. 올해 1분기에는 유지보수 등 용역사업 매출은 없었고 공개키기반(PKI) 솔루션 등 솔루션 사업 매출과 상품 매출은 감소했다. 솔루션 매출은 19억3600만원으로 30.1%, 상품매출은 7600만원으로 43.4% 떨어졌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억5000만원을 기록한 것. 매출액도 42억58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6%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1억9000만원이다. 전체 매출의 약 36%를 차지하는 메일보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8.2% 줄어든 11억6000만원에 그쳤고, 메일스크린 제품 매출도 25.9% 줄어든 3억7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품매출은 38.8% 줄어든 11억400만원이다.
한솔넥스지, 시큐브, 닉스테크, 파수닷컴도 일부 개선에 성공했으나 적자로 나타났다. 각각 영업손실 1억8900만원. 2억2600만원, 8억6200만원, 17억7500만원이다.
◆SK인포섹·SGA솔루션즈·윈스, 영업이익 감소 “왜?”=국내 1위 보안기업으로 도약한 SK인포섹은 이글루시큐리티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부문에서는 2위로 물러서야했다.
1분기 SK인포섹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7% 감소한 37억9000만원이다.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매출액의 경우, 412억33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2.9% 늘어나 1위 자리를 지켰다.
SGA솔루션즈와 윈스는 자회사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SGA솔루션즈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7.9% 감소한 1억5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설립한 신기술금융 관련 자회사 액시스인베스트먼트가 사업 초기 단계에 따른 영업손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매출액은 1분기 사상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했다.
윈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77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5.8% 줄었다. 네트워크 패킷분석 전문업체인 계열사 시스메이트 실적이 이번 분기부터 반영됐기 때문이다. 시스메이트는 1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별도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영업이익은 6억6800만원으로 오히려 전년동기 대비 109.4% 늘었다.
◆보안업계 지각변동, 영업이익 1위로 올라선 이글루시큐리티 약진=이번 1분기 실적에서는 이글루시큐리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국내 보안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면, 보통 SK인포섹·안랩이 1·2위를 다투고 시큐아이·윈스가 3·4위를 다투는 그림이었다.
올해 1분기에는 이변이 일어났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이글루시큐리티가 1위에 올랐고 2위에 SK인포섹이 안착했다. 안랩은 4위, 시큐아이와 윈스는 10위권 안에 겨우 들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이글루시큐리티가 SK인포섹·안랩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이글루시큐리티는 64.7% 증가한 영업이익 41억2400만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182억735만원, 당기순이익은 41억7800만원으로 각각 12.5%, 63.3% 늘어났다. 통합보안관리 솔루션 스파이더(SPiDER) 제품 매출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는데, 1분기 솔루션 사업 매출은 11억6332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6.8%나 급증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보통 1·4분기에 호실적을 보이는데, 솔루션 부문의 매출 성장과 해외 진출 성과를 이루고 비용절감 노력 등을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안랩도 웃었다. 1분기 영업이익은 18억42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9.5% 증가했다. 매출액은 328억5200만원, 당기순이익은 19억8300만원으로 각각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9.49%, 21.46% 늘었다. 백신프로그램 V3, 통합위협관리(UTM) 등 제품매출과 보안컨설팅, 보안관제 서비스 등 각 분야 매출이 고루 성장했다.
◆적자규모 줄이며 한 발씩 나가는 기업들 “2분기 기대해”=일부 보안기업은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실적 개선을 이루며 분위기 전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한솔넥스지, 시큐브, 닉스테크, 파수닷컴은 적자에 놓였지만 적자규모는 줄이는 데 성공했다. 각각 전년동기 대비 26.7%, 39.1%, 29.5%, 39% 적자폭을 축소시켰다.
한솔넥스지는 1분기 매출액 52억58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보안관제서비스의 해외수출이 확대되면서 수출액이 3억87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8.4% 늘었다. 자체 개발한 V포스 시리즈와 차세대 방화벽 넥스지FW 매출도 확대됐다. 6.8% 성장한 20억2100만원 매출을 올렸다.
시큐브는 제품매출과 유지보수 매출 증가를 나타냈다. 1분기 전년동기 대비 6.6% 늘어난 매출액 23억6700만원을 기록했다. 다만, 해외수출은 34% 줄어든 2600만원에 그쳤다.
닉스테크는 주력제품인 세이프PC 등 정보보안 제품을 통해 지난해 1분기 81.8% 급증한 7억2900만원 매출을 올렸다. 네트워크보안제품과 유지보수 보안제품 매출도 6%씩 성장했다.
파수닷컴은 데이터보안 사업에서 27%, 스패로우(SPARROW) 제품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보안 사업에서 72% 성장을 달성했다. 지난해 인수한 정보보호 컨설팅사업 매출도 늘었고, 랩소디(Wrapsody) 등 신규사업에서도 수익이 나왔다.
윈스의 경우, 이번 분기에 가장 큰 폭으로 실적악화를 보였으나 내부에서는 차분한 분위기를 견지하고 있다. 시스메이트에서 제공하는 제품이 판매될 예정인데, 1분기에 재고로 처리돼 일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2분기부터 40G 침입방지시스템(IPS)을 주요 이동통신사에 납품하게 되면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평가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1분기는 보안시장에서 비수기로 통하는 만큼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및 공공시장뿐 아니라 기업 등 민간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대상을 공략해야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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