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멈췄던 삼성의 경영시계가 다시 돌아간다. 삼성전자가 2017년 임원인사와 보직인사를 실시했다. 예년 같지는 않다. 최소한의 범위에서 최소한의 인원만 움직였다. 사장단 진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삼성전자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상 삼성그룹 다른 계열사 인사도 조만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삼성전자는 세트부문 임원인사와 주요 보직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세트부문은 윤부근 대표의 소비자가전(CE)부문과 신종균 대표의 정보기술 및 모바일(IM)부문으로 이뤄졌다.
이번 인사는 세트부문뿐 아니라 경영지원실 등 스텝조직까지 포함했다. ▲부사장 6명 ▲전무 11명 ▲상무 30명 ▲전문위원 5명 ▲마스터 2명 등 총 54명을 승진시켰다. 권오현 대표의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빠르면 12일 인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2017년 임원인사와 보직인사는 예년에 비해 5개월 늦어졌다. 삼성전자는 매년 12월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일주일 간격으로 ‘사장단 인사→임원 인사→조직개편’ 수순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2016년은 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유탄을 맞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다 연초에 구속됐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미래전략실’은 해체했다. 판단할 일은 산더미인데 선장도 선장을 보좌할 조직도 없어졌다.
이번 인사엔 삼성전자의 이런 고심이 엿보인다. DS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가 빠졌지만 총 54명은 이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한 숫자다. ‘꼭 승진해야 할 사람과 꼭 물러나야 할 사람’을 골랐기 때문이다.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이 없었던 점도 운신의 폭을 좁혔다. 삼성전자는 ‘신상필벌’로 지금까지 왔다. 삼성전자는 노동 강도만큼 보상이 확실한 회사다. 인사를 더 이상 미루는 것은 사업에도 조직에도 부담이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실시하지 못한 인사를 더 이상 지체할 경우 조직의 신진대사가 저하될 것을 우려 이번에 인사를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정상화 궤도에 올라섰다고 보긴 이르다는 평가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정상화는 사장단 인사가 시발점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사장단 인사가 있어야 전체 인사 순환 숨통이 트인다. 조직의 판을 새로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는 이 부회장의 1심 판결 이후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은 8월 예정이다. 변수는 이 부회장의 뇌물죄 유죄 여부다. 뇌물죄가 유죄가 될 경우 이 부회장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중형을 피할 수 없다. 뇌물죄 유무죄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그림이 달라진다.
한편 이번 인사는 향후 삼성전자 조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승진과 퇴진 정체는 조직 사기와 비용 통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2018년 정기인사에선 올해 승진했어야 하는 사람, 그때 승진해야할 사람, 그리고 기대보다 잘 해 빨리 승진시켜줄 사람이 싸워야한다. 이들은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까지 퍼져있다. 예전보다 높은 문턱을 넘어야한다. 이런 문제는 시간만이 해소할 수 있다. 한 번 늘어지면 통상 2~3년이 걸린다는 것이 통념이다. 두고두고 불안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