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사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와 함께 사업구조 재편에 시동을 걸었다. 이미 2015년 SK머티리얼즈(전 OCI머티리얼즈)에 이어 올해 LG실트론 지분을 인수했고 SK하이닉스는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 낸드플래시와 함께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업 확대와 함께 그룹 차원에서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G실트론 지분의 100% 확보다. ㈜LG가 보유하고 있는 LG실트론 지분 51%(3418만1410주)를 총액 6200억원에 사들였으나 최근 나머지 지분 19.6%를 보유한 KTB 사모펀드(PE)와 지분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나머지 지분 29.4%는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가지고 있으나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SK그룹이 전사 차원에서 반도체 사업의 고도화(高度化)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LG실트론 잔여 지분 인수는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사업부(가칭 SK하이닉스시스템IC) 분사와도 관련지을 수 있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M8 팹(Fab)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신설 법인은 SK하이닉스에서 사장급 인사가 대표이사로 취임이 예정될 만큼 기대가 높다. 일각에서는 1000여명의 인력이 약 12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파운드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지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다. 국제반도체장비제조협회(SEMI)에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500억달러(약 57조1200억원)에서 오는 2025년 1000억달러(약 114조25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내에서 비주력 사업으로 인식되고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답보 상태에 머무르는 것보다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 더 낫다는 분석도 있다.
LG실트론은 반도체 기초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해 국내외 반도체 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현재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호황 덕분에 수요 및 단가가 지속적으로 호전되어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파운드리 신설 법인이 그룹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기초를 다진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수뇌부가 판단했을 수 있다.
SK머티리얼즈, SK이노베이션, SKC솔믹스와 같이 그룹 내 반도체 소재 업체와의 연계도 충분히 생각해 봄직하다.
재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2위 기업으로 안착됐고 반도체 호황으로 그 어느 때보다 최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 방향을 추진하기에 적당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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