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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가상화 미니멀리즘…‘無↔有’ 넘나드는 통합의 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지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펼쳐진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캠페인은 인텔이라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데서 그치지 않고 반도체 하나가 세상을 얼마나 뒤흔들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로 인해 하락세가 완연하지만 개인용 컴퓨터(PC) 중흥기인 당시만 하더라도 갓 대중화를 맞이한 인터넷과 결합해 이제껏 누리지 못했던 사용자 경험(UX)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강력한 중앙처리장치(CPU)는 주변기기의 통합을 유도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1990년대에는 MPEG-1 비디오를 감상하려면 하드웨어 가속보드를 무조건 장착해야 했다. 인텔은 이런 이슈를 ‘MMX(Multi Media eXtension)’라는 기술(명령어 추가)을 통해 해결했다. 이후 ‘SSE(Streaming SIMD Extensions)’와 ‘AVX(Advanced Vector Extensions)’로 이어지면서 꾸준히 성능을 끌어올렸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인텔은 PC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최강자이면서 워크스테이션, 서버까지 압도적인 영향력을 확보한 상태다. 굳이 ‘x86’이 아니더라도 밉스(MIPS), 파워(Power), 스팍(SPARC) 등의 아키텍처를 시장이 선택할 수 있었으나 결과는 달랐다. 마치 ARM 아키텍처가 스마트 기기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인텔의 이번 목표는 네트워크다. 그것도 무선이 아닌 유선 네트워크 시장이다. 이미 5세대(5G) 이동통신에서 모뎀칩과 장비 업체를 위한 솔루션을 통해 의미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 인텔은 유선 네트워크에서는 가상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접목한다는 복안이다.

고객(기업)이 소유한 장비(Customer Premises Equipment, CPE)를 가상화가 얹어진 서버 한 대로 해결하겠다는 게 해심이다. 이른바 ‘가상화기반(vE)-CPE’의 등장의 단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유선 네트워크는 적어도 4~5가지의 설비를 필요로 한다. 전용선을 위한 라우터, 웹 방화벽, IP전화교환기(IP-PBX), 무선랜 액세스포인트(AP)에 스토리지까지 따로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인텔 네트워크가상화(NFV) 기술을 사용하면 개별적으로 작동했던 각 기능을 소프트웨어(S/W)로 해결이 가능해진다.

홍희석 인텔코리아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NFV 프로덕트 담당(부장)은 “유선 네트워크는 진입장벽이 상당한 시장으로 통신사와의 협력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제온이라는 중앙처리장치(CPU) 덕분에 가상화 성능은 물론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비용절감 기본, 주도권 확보는 ‘덤’=인텔이 vE-CPE를 내세우는 이유는 단순히 유선 네트워크 장비를 ‘덜’ 쓰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용절감을 통해 통신사와 고객이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어느 시장이나 마찬가지지만 당장 모든 시스템을 들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 곧 비용인 세상이라 철저한 유지관리가 필수적이다.

가령 중국에서는 복합기를 구입할 때 자동문서공급기(ADF)를 선택하는 경우가 드물다. 인건비가 저렴해서 옵션을 더 주고 구입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복잡성이 그대로라도 유지비용이 싸게 먹힌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vE-CPE가 시장에서 제대로 먹히려면 싸다는 장점을 넘어선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홍 부장은 “하드웨어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통신사에서 적극적으로 NFV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장비 업체가 가지고 있던 주도권을 통신사가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사례도 나왔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은 인텔 vE-CPE를 활용해 상당한 원가절감 효과를 거뒀다. 고객사는 32~39%, 하드웨어 구매 비용은 90%, 서비스 비용은 48%까지 낮출 수 있었다.

vE-CPE 초기에는 앞서 언급한 개별 장비를 하나로 묶는 작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클라우드와 연계해 새로운 파생 상품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인텔의 사업 기회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통신사에서는 후발업체라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으며 생태계 전반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홍 부장은 “두 가지 방식의 CPE 가운데 일단 눈앞에 장비를 두는 방식(on operator premise)을 먼저 시작할 예정”이라며 “국내에서의 생태계 변화에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NFV : ‘Network Function Virtualization’의 약어. 인텔은 2000년부터 기술 개발을 시작해 2000년대 후반부터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을 바탕으로 유선 네트워크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CPE : 고객 댁내 장치 (Customer premises equipment), 혹은 고객 자급 장치로 부르며 유선 네트워크에 필요한 관련 장비를 말한다. 크게 ‘on operator premise(가입자 댁내에 장비를 두는 형태)’, ‘off operator premise(댁내가 아닌 IDC 등에 장비를 마련한 상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vE-CPE : 인텔이 가상화 기술을 바탕으로 제공하는 CPE 서비스다. 여러 가지 하드웨어 장비를 두지 않더라도 가상화 서버 한 대로 개별 장비가 수행했던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다.

SDN :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성된 네트워크를 뜻한다. 통신사가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려면 새로운 장비 도입이 필수였다. 장비를 구입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인텔 제온 프로세서 기반의 SDN에서는 비용절감은 물론 복잡성을 크게 낮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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