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2013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파수닷컴(대표 조규곤)은 국내 문서보안솔루션 1위 기업이다.
그동안 파수닷컴은 국내 보안 시장에서 튼튼한 입지를 다지면서 글로벌 진출과 신규사업 확대로 성장 발판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소위 '잘 나가던 회사'가 지난해 돌연 적자로 돌아섰다. 상장 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 파수닷컴 측은 "연구개발·신규투자비 증가 등에 따른 경영지표가 일보 후퇴한 단기적 상황"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시적 현상일뿐 기업의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상장된 회사가 적자전환을 감내하면서까지 신규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경위야 어찌됐든 경영지표의 악화에 시장은 반응은 차갑다. 파수닷컴의 주가는 올해초까지만 하더라도 6000원대 초반에 형성됐으나 3일 주식시장에서 4745원으로 장을 마쳤다. 52주 신저가다.
파수닷컴이 혹시 '성장의 딜레마'에 빠진게 아닐까.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에 비춰봤을때,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시기가 이제는 어느 정도 지났고 완숙기를 준비해야하는 단계에서의 전략 미스가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게한다.
그런데 좀 더 넓은 시각에서보면, 사실 이는 파수닷컴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사이즈가 고만 고만한 규모의 보안업체들이 난립해있는 국내 보안시장의 구조때문이다. 업체의 규모가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맞이하는 이러한 '성장의 딜레마'에 대한 경고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미 보안시장은 포화돼 있고, 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글로벌 보안 기업들도 한국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해 있다.
특히, 공공사업 의존도가 큰 국내 보안기업들은 공공시장 먹거리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이를 탈피하려 신사업과 해외진출을 꾀하지만 사실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 보안기업들이 겪을 수 있는 공통된 위기다.
파수닷컴이 공시한 내용을 살펴보면,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 당기순손실 규모가 크다.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78억1400만원, 당기순손실 121억41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14억4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5.2% 감소했다. 파수닷컴은 지난해부터 이러한 전조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어 2억6300만원에 그쳤다.
그동안 파수닷컴은 영업이익 변동은 있었지만,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단 한 번의 매출 감소도 보인 적 없었다. 2016년 처음으로 매출까지 줄어든 것이다.
매출액 추이를 보면 ▲2011년 160억7900만원 ▲2012년 202억5800만원 ▲2013년 213억5900만원 ▲2014년 231억2500만원 ▲2015년 252억8700만원이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214억4400만원으로, 2013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파수닷컴은 ▲경기침체 및 공공시장 사업지연으로 기존 데이터보안 매출 감소 ▲신규사업 투자와 해외사업 확대로 인한 비용 증가 ▲별도법인으로 설립된 디지털데이지와 미국법인의 기존 투자자산 평가손실 반영을 원인으로 꼽았다.
파수닷컴이 밝힌 대로 데이터보안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보안과 해외매출도 감소세다.
파수닷컴이 공개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보안 매출실적(연결 기준)은 117억2700만원으로, 전년의 158억1400만원보다 약 25.8% 줄었다. 소프트웨어보안 매출은 33억200만원, 해외매출은 7억900만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2%, 2.2% 감소했다. 유지관리의 경우 57억600만원으로 전년의 49억9600만원보다 14.2% 증가했다.
국내 보안기업들의 주요 매출원인 정부사업에 따른 수익도 줄었다. 지난해 파수닷컴은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과제를 수행하며 3억5780만원을 수령했다. 전년의 11억7088만원보다 확연히 줄어든 금액이다.
파수닷컴의 주요 사업분야인 데이터보안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감소세다. 파수닷컴은 지난해 기준 매출비중 83% 이상이 데이터보안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시장에서 파수닷컴 점유율은 ▲2013년 39.94% ▲2014년 31.6% ▲2015년 30.5% ▲2016년 23%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자회사 성적도 우울하다. 파수 미국법인(Fasoo, Inc.) 매출은 4억6170만원에 그쳤고 당기순손실은 10억71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도 6억7220만원, 당기순손실 2억6530만원으로 확인됐다. 디지털페이지는 최근에 분사됐기 때문에 평가의 척도로 삼기는 어렵다. 지난해 디지털페이지는 당기순손실 3600만원을 기록했다.
파수닷컴 측은 “신규 사업 투자비와 개발비가 늘어나고 새로운 인력 충원에 따른 비용이 증가한 이유도 있다”며 “지능형문서플랫폼인 랩소디도 아직까지는 투자가 많은 상황이며, 디지털페이지는 분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마이너스로 처리됐으며, 빅데이터 등 신규 투자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68억6500만원으로, 2015년 68억1000만원에 비해 5500만원가량 소폭 증가했다. 신규투자 비용의 경우,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파수닷컴 측은 “데이터보안의 방안이 변화하기 때문에 토털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투자만 지속되는 사업도 상당부분 있다”며 “일본 등에 전자책 플랫폼을 소개하고 미국 RSA 컨퍼런스도 참여하고 있는 등 제품 소개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크게는 시장이 좋지 않았고, 기존에는 데이터보안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가져오는데 공공시장 사업이 줄었다”며 “공공기관 사업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사회적 상황 때문에 올해로 많이 이월됐으며, 곧 공공사업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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