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뭔가 제대로 엉키고 꼬인 모습이다. 취지는 좋았으나 과정에 잡음이 많았고,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해결방법을 잘 못 선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선임 논란을 보고 느낀 개인적 소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여곡절끝에 이달 26일 임기가 끝나는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 후임으로 최수만 전 전파진흥원장을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의 자격 문제, 특정 정치인과의 친분이 있다는 소문에 면접 대상자들의 심사점수 차이 등 여러 의혹과 논란이 한꺼번에 나오며 의결이 보류된 상태다.
각종 의혹이나 자격에 대한 논란을 떠나 현 시점에서 차기 방통위원을 선임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 든다.
탄핵정국이라는 현재의 정치 환경에서는 차기 방통위원 선임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데다 설령 선임해도 당초 목적인 방통위 행정공백을 메우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방통위원 선임을 강행함에 따라 여당과 대통령 몫(황교안 총리)도 사실상 결정됐다. 하지만 다음 달 그만두는 최성준 방통위원장 후임은 기약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돼있다. 현재의 정치상황을 감안할 때 황교안 권한대행이 위원장을 선임한다? 시도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현 정치상황에서 야당이 수용할리는 만무하다. 결국 대선이 끝날 때 까지 방통위는 위원장 부재하에 운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5명의 상임위원 중 4명이 구성됐다고 위원회가 정상 운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삼석 상임위원의 경우 여러 논란으로 늦게 임명돼 6월 8일까지 근무한다. 과거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야당은 고 위원이 선임되기 까지 주요 업무에 대해 논의를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족수가 구성되지 않았는데 주요 안건을 의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상임위원 1명이 없어도 의사결정이 쉽지 않았는데 위원장이 없으면? 결과는 뻔하다.
위원장 선임이 불가능 한 상황에서 행정공백 해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통위원과 방통위 직원들이 주요 업무를 3월 이전으로 집중시킨 것도 그 같은 까닭 때문이었다.
이 같은 현실에 여러 의혹이 겹치니 논란이 증폭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특수한 정치상황에서는 새로운 상임위원을 선임하는 것보다 현 위원들의 임기를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통위 설치법을 개정하면 되는 일이다. 해결방법이 있는데 어렵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인들의 목적이나 셈법이 일반인들의 생각과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상황은 주어진 권한을 엉뚱한 곳에서 사용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는 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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