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대만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컴퓨텍스 타이페이’ 취재에 갔을 때 일이다. 첫 여성 지도자로 뽑힌 차이잉원 총통이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 이전 마잉주나 천수이볜 총통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여서 비교적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됐다.
이후에도 차이잉원 총통이 꾸준히 전자산업 전시회에 참석했다는 외신을 자주 접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 관계자 입장에서 꽤나 부러운 모양이다. 언론에서는 대만의 사례를 들며 산업 활성화와 정부의 지원을 연결하며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근 개막한 세미콘코리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공식행사에서 나왔다. 반도체 전시회에 깜짝 등장한 모습을 보고 ‘등골이 오싹했다’는 표현까지 곁들여졌다.
우리는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은 삼성전자(평택)와 SK하이닉스(이천)의 신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에도 갔다. 자금과 현장 지원을 통해 애로사항을 해소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시회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지 주요 행사에는 관심을 가지고 참석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대만이 부럽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국가 차원에서 관심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연구개발(R&D) 자금이던 인재 유입이 원활해지고 산업이 활성화가 된다는 논리다.
사실 전자산업이 대만이라는 국가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을 고려하면 총통이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일은 당연하다. 한정된 자원, 지리적 위치, 중국과 얽힌 특수성, 산업구조를 고려하면 차이잉원 총통의 행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물론 일국의 지도자가 관련 산업 행사에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면 기분은 좋겠지만, 그것이 꼭 정부의 지원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반도체는 지난해 수출 1위 품목이다.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난 50년 동안 국격을 높이는데 있어 엄청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나 정부가 뭔가를 알아주기를 바라기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석유파동 이후 나타난 고부가가치·첨단기술에 대한 욕구와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목적이었다.
대통령이나 정부의 관심을 이끌어내려면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던 시절 반도체 산업은 세계 최초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며 국민적 관심과 자긍심을 한껏 고취시켰다. D램 가격이 폭등했을 때는 서류가방에 금보다 D램을 채우면 더 비싸다고까지 했다.
지금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형태의 자존감이고, 이 부분이 채워져야 정부의 지원을 더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하지만 정부도 기업의 투자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규제 해소는 기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막연히 외국 지도자의 행보를 부러워하거나 R&D 예산이 부족하다는 식의 말만 되풀이되면 곤란하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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