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D램,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호황으로 떠들썩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IT 수요 부진으로 인해 주요 제품의 가격이 고전했으나 이후부터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고사양 정책,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필두로 엔터프라이즈 업계의 폭발적인 수요가 겹쳐지면서 V자 반등을 거뒀다.
일각에서는이런 반도체 호황을 기회로 시스템 반도체와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겉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1990년대부터 같은 주장이 일정한 주기로 나온다는 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D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후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에 대한 이야기는 잊을만하면 나오는 이야기였다.
사실 국내 대기업과 중소 팹리스와의 격차는 상당히 크다. 인수합병(M&A)도 충분히 이뤄진 상태인데다가 갈수록 업계 사이의 합종연횡이 심해지고 있으며 연구개발(R&D)에 필요한 돈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0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제대로 된 팹리스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흔한 유행어로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가 되라는 현실성 없는 말이나 다름없다. 비메모리 반도체에 투자를 안 했던 것도 아니었고 위탁생산(파운드리)이나 CMOS 이미지센서(CIS), 전력반도체(PMIC),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혹시 ARM, 퀄컴, 엔비디아처럼 고유의 설계자산(IP)을 말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이쪽은 수십 년 전부터 한우물만 판 케이스로 비메모리 반도체의 정점에 있는 기업이다. 우리나라도 못할 건 없었겠으나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더 시장이 크고 빨리 선두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를 선택했을 뿐이다. 그러니 당장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조급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반도체 시장의 혁신에 필요한 비용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게 됐다는데 있다.
이런 점에서 20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국성장금융·산업은행 등이 만든 ‘반도체성장펀드(전 반도체희망펀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국내 반도체 유망 중소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에도 투자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생태계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짧게는 인력유출 방지, 길게는 새로운 반도체 성장 동력 발굴을 기대해 봄직하다.
돌아와서 메모리 반도체가 호황이라고 돈을 버는 것에만 집중하거나 시장 상황에 역행하는 투자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시장은 사계절처럼 돌고 도는 사이클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이번 기회에 R&D보다는 사람 그 자체를 두고 중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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