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또 다시 정부조직개편 시즌이 다가왔다. 국방부, 기재부처럼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부처가 있는 반면, 대선 때마다 이름은 물론, 내용도 바뀌는 부처도 있다.
최근 정권 교체시마다 이름이나 조직이 바뀌는 대표적인 부처는 정보기술(ICT) 분야다. 예전에는 정보통신부라는 이름으로 광화문에서 위상을 유지해왔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ICT 기능이 뿔뿔이 흩어지고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조직이 탄생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다시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이름으로 ICT 부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정통부 해체의 주된 이유는 과거 CDMA 하듯 정부가 ICT 산업을 리드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결국 ICT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철학(?)을 가진 이명박 정부 들어 지식경제부가 탄생했고 ICT는 위원회 조직으로 축소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 ICT 전담 부처가 탄생하는 듯 했지만 과학과 결합된 미래창조과학부가 탄생했다. 미래부는 성과를 떠나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들어 탄생한 것만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여기에 과학과 ICT의 시너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화부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쑥대밭이 된 상황인데다 미래부 역시 박근혜 정부의 핵심부처로서 역할을 다했는가라는 관점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름이 바뀌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내용이다. 혁신과 ICT 내용을 어디까지 담을 것인지가 첫 번째 과제이고 과학과 ICT의 동거를 계속 유지시킬 것인지 분리시킬 것인지가 두 번째 과제다.
미래부 공무원들은 이름을 바꾸더라도 지금의 조직에 문화부의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 등을 포함시킨 혁신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처럼 정부가 CDMA, 초고속인터넷 하듯 산업을 리딩하는 것은 아니지만 혁신과 융합을 선도하는 부처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부가 ICT를 관장하면 된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GDP, 수출 기여도를 감안할 때 별도의 독립 부처로 남겨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경우 과거 ICT 전담부처 부활을 약속한 바 있다. 물론, 과거의 공약이 현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야 어느 대선후보라고 하더라도 ICT를 일반 산업의 하나로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과학이다. 미래부가 출범했지만 지금까지 장관이나 미래수석 모두 ICT 쪽 인사가 차지했다. 반면 과학은 초대 1차관을 제외하고 그것마저 기재부 출신들이 차지했다. 인사에 대한 불만이 존재한다.
또한 ICT와의 시너지가 얼마나 됐는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해 보인다. 과학과 ICT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과 융합을 주도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성과를 강조하는 조직에서 장기적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과학이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조직의 영속성 측면에서는 과학과 ICT의 결합이 유지될 수 있지만 과학이 기초연구라는 제 역할을 하려면 오히려 ICT와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과학을 독립 부처나 청 등으로 분리할 경우 ICT는 거대 조직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논리가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부의 디지털콘텐츠, 행안부의 정보화 및 정보보호, 산업부의 ICT 일부 진흥기능, 방통위의 일부 방송업무 등이 대상이다.
대선캠프가 구성되면 각 부처마다 생존, 또는 확장을 위한 물밑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미래부 역시 조직개편을 위한 연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마다 바뀌는 ICT 정부조직은 이번에도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간단한 얼굴성형(부처명)만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될지 대대적인 외과수술을 거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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