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올해 2월로 예정돼 있던 지상파UHD 본방송 시기를 9월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UHD 방송국 신규허가를 의결한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지상파 스스로 서비스 불가를 선언한 셈이 됐다. 방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허가증 잉크도 마르기 전에…”라며 황당해 했다.
세계 최초 2월 지상파 UHD 서비스는 그렇게 무산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올해 9월이든 내년 2월이든, 주파수를 이용한 지상파 UHD 세계 최초 서비스는 여전히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주파수를 통해 지상파 UHD 방송을 하겠다는 곳은 아마 우리나라 방송사들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면 지상파 방송 용도로 주파수를 배분한 곳이 우리 밖에 없기 때문이다.
2월에 지상파UHD 방송이 시작돼도 시청할 수 있는 국민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상파 UHD 방송을 직접수신하려면 새로운 표준(ATSC3.0)이 채택된 TV를 구매해야 한다. 작년에 구매한 수상기(DVB-T/2 방식)로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려면 별도의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여기에 7% 남짓한 지상파 직접수신율을 감안하면 지상파 UHD 방송의 초기 성적표는 더욱 암울할 전망이다. 지상파 UHD 방송이 본격화되면 직수율이 더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국내의 저렴한 유료방송 이용가격, 종합편성, CJ 등의 콘텐츠를 감안할 때 지상파 방송만 보기 위해서 국민들이 UHDTV를 구매할지는 미지수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디지털방송 초기에도 이용자들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날로그 전원 내리고 디지털 방송하는 극적인 변화가 아니라 HD에서 4K, 8K로 화질이 진화하는 것이다. 앞으로 방송시장이 UHD로 전환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한때 으르렁 거렸던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해 손을 잡았고 일부 IPTV 업체도 케이블TV의 UHD 채널을 송출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UHD를 힘을 합쳐서 일단은 키워야 할 시장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UHD는 그들만의 울타리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지상파의 UHD 세계 최초 서비스는 연결, 협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중간광고 허용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 플랫폼 경쟁력 유지 도구로 비춰진다.
지상파의 세계 최초 UHD 방송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의미가 단순히 서비스를 가장 먼저 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기술을 선도하는 것은 물론 사업자간 협력, 때로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빠르게 시장을 키우는 것으로 연결돼야 한다. 자칫 그들만의 생태계에 머무를 경우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2월에 세계 첫 지상파 UHD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고 큰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세계최초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지상파 UHD 상용서비스가 국내 방송생태계를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지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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