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올해 2월로 예정된 지상파 UHD 본방송 개시 일정을 9월로 연기해 줄 것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했다. 장비발주에 대한 어려움 등이 서비스 시점 연기의 주된 요인이다. 스스로 세계 최초 서비스를 외쳤지만 준비부족에 무리한 사업추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6일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해 연말 지상파UHD 상용서비스 시점을 2월에서 9월로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방통위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는 지상파 요구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방안을 논의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예정대로 2월에 수도권에서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면 연말에 광역시, 평창 등으로 단계적 확대를 실시하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UHD 방송에 대비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장비발주가 지상파 방송사들의 발목을 잡았다. 지상파UHD 방송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UHD 방송표준은 소위 미국식으로 불리는 ATSC3.0으로 채택됐다. 표준은 채택됐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않다보니 장비 발주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의 경우 사업 허가장을 받아야 장비 발주를 할 수 있다. 장비 및 시설구축에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수년전부터 서비스 일정에 대해 일관되게 자신감을 유지해왔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700MHz 주파수를 받는 과정에서 수차례 상용서비스 일정을 밝힌 바 있다. 2015년이면 수도권에서 방송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에 방통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2월 상용서비스는 정부가 사업자 등 떠밀어 요구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허가증을 받은 지 1개여월이 지났을 뿐이고, 점검차원의 1~2개월도 아닌 반년 이상의 연기를 요구하니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업무보고에서 "수도권에서 방송을 먼저 개시하고 이후 광역시 및 평창 일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8년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도권 방송이 9월로 연기되면 12월 광역시권 확대 등 계획됐던 일정이 줄줄이 미뤄질 수 밖에 없다. 평창올림픽 중계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통위는 2월 세계 최초 지상파UHD 방송을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탈이 난 것처럼 비춰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주파수를 달라고 할 때부터 방송 일정이나 투자계획 모두 문제없다고 했다”며 “정부가 2월 상용서비스를 강요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11월 11일 방통위는 수도권 지역에서의 지상파 UHD 방송국 신규허가를 의결한 바 있다. 당시 최성준 위원장은 "내년 2월 본방송 개시에 대한 방송사 의지가 확고하고 가전사도 UHD TV의 적기 출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라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UHD 중계를 위해서는 계획대로 UHD 본방송을 시작해 올림픽 중계를 착실히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기 때문에 허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청으로 2월 세계 최초 상용서비스는 물 건너갔다. 물론, 2017년 2월이 아니라 2018년 2월이어도 세계 최초 타이틀은 우리가 가져갈 수 있을 전망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파수를 통한 지상파 UHD 방송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전환으로 나온 유휴 주파수(700MHz)를 지상파 용으로 분배한 국가는 찾을 수 없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지난해 허가를 낼 때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상용서비스 시점에 대해 다짐을 받았지만 실제적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며 "지상파 방송의 연기 요청을 위원들과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방통위는 2월에 무조건 해야 한다는 입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해 놓은 기간이 무의미할 정도로 뒤로 미루는 것도 안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이달 말까지 지상파 요구에 대해 검토를 마칠 계획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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