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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왜 LGU+에 10만여개 칩셋을 공짜로 줬을까?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화웨이가 LG유플러스에 협대역 IoT(NB-IoT)를 지원하는 칩셋·모듈 10만여개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에 대해 화웨이측은 “한국이 사물인터넷(IoT) 글로벌 역량이 크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태계 조성에 성공한다면 해외 진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진짜 속내는 선점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이번 협력으로 화웨이는 IoT 전용망을 지원하는 칩셋 제공 및 장비 납품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를 통해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이외 국내외 다른 이통사로 협력을 확대, 시장 장악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주지하다시피 국내 이통3사 간 IoT 경쟁은 치열하다. SK텔레콤이 IoT 전용망 로라(LoRA)를 상용화한 후 KT와 LG유플러스는 협대역 IoT(NB-IoT)로 맞불을 놨다. LG유플러스는 NB-IoT 동맹군으로 화웨이를 택했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를 통해 국내 IoT 시장에 본격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게 됐다. 결국 이통3사 IoT 선점 경쟁에 화웨이가 웃는 모양새다.

첫 번째 전략은 NB-IoT 칩셋이다. 이와 관련 화웨이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10만여개 NB-IoT 칩셋·모듈을 LG유플러스에게만 무상으로 제공한다. 화웨이는 한국을 포함해 영국, 중국 등 7개의 오픈랩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NB-IoT 칩셋·모듈을 무료로 배포하는 곳은 LG유플러스뿐이다. 주청 화웨이 셀룰러 IoT 제품 라인 사장은 “KT를 비롯해 글로벌 오픈랩 사업자들에게는 칩셋을 무료로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LG유플러스와 화웨이는 무선망 사업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공고한 협력관계를 갖추고 있다. 국내 이통3사 중 화웨이 무선통신 장비가 도입된 유일한 곳은 LG유플러스다. 또, 내달 출시 예정인 ‘P9’ ‘P9플러스’를 비롯해 국내에 내놓는 화웨이 스마트폰은 모두 LG유플러스 단독으로 출시돼 왔다. 이제 양사는 IoT까지 파트너십을 확대하게 됐다.

NB-IoT 칩셋을 준비하는 곳은 화웨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에릭슨, 인텔, 노키아, 퀄컴 등 글로벌 통신 및 장비사들과 ‘NB-IoT’포럼을 설립했고, 인텔과 퀄컴은 관련 테스트용 칩셋을 개발했다. 화웨이는 내년 4월 국내에 NB-IoT 칩셋을 상용화할 방침이다. 상용 기준으로는 가장 빠른 출시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10만여개 칩셋을 장착한 IoT 기기들이 개발돼 상용화될 경우 화웨이는 경쟁사보다 더 빨리 시장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IoT 시장은 초기 형성단계인 만큼 수익보다는 선점이 먼저다. 누가 빨리 시장을 잡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매출보다는 가능한 많은 IoT 기기에 화웨이 칩셋이 탑재되는 편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이번 협력으로 화웨이는 LG유플러스에 또다시 장비를 공급하게 됐다. LG유플러스는 내년 1월부터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NB-IoT망 구축을 실시하고 내년 내 전국망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경상도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 화웨이 NB-IoT 전용 기지국 장비를 도입할 방침이다.

화웨이는 칩셋 상용화와 기지국 장비 공급으로 NB-IoT에 대한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로라를 채택한 SK텔레콤도 NB-IoT를 준비하고 있다. 결국 국내 이통3사 모두 화웨이의 고객이 될 수 있으며, SK텔레콤과 KT가 화웨이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쌓은 NB-IoT 경험과 레퍼런스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용이하다. 화웨이 입장에서는 잃을 게 없는 수다.

아울러, 화웨이는 ▲경량 IoT 운영체제인 라이트OS(LiteOS)와 NB-IoT 칩셋을 탑재한 스마트 기기 솔루션 ▲NB-IoT로 손쉬운 전환이 가능한 LTE 기지국(eNodeB) ▲유연한 코어 및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 구축을 돕는 IoT 패킷 코어 ▲빅데이터 역량을 갖춘 클라우드 기반 IoT 연결 관리 플랫폼 등을 제공하는 엔드투엔드 NB-IoT 솔루션을 선보이며 내달말 대규모 상용화를 예고한 바 있다.

시장에서 NB-IoT 관련 화웨이의 인지도를 쌓는 것만으로도, 추가적인 관련 솔루션 판매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트워크업계 관계자는 “NB-IoT의 경우, 인텔 등이 먼저 뛰어들었고 화웨이는 사실상 후발주자였는데 상용화를 먼저 공표하며 경쟁사 제품 출시 전 선점효과를 보려고 하는 것”이라며 “칩셋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위 등은 경직된 국내 네트워크 시장에서 마케팅 비용을 쏟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으며, 5G를 대비해 NB-IoT를 이용해 국내 이통사에 진출하는 발판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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