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3사가 모여서 결합상품의 폐해나 방송의 기능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를 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공동대응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할 경우 콘텐츠 가격이나 재전송료 등에서 협상력을 상실할 것을 걱정했다. 또한 SK텔레콤의 자금을 받게 되는 CJ E&M의 성장 역시 우려했다.
올해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일부 방문진 이사들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회사차원의 대책마련을 주문했으며 MBC 역시 여론조성에 보도 등의 기능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올해 2차 이사회(1월 21일)에서 MBC는 방문진에 "합병이 되면 콘텐츠 가격이나 콘텐츠 재전송료 등에서 (SK가) 상당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우리는 재전송할 때 직접 수신할 수 있는 비율이 1%밖에 안 되기 때문에 나중에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고 거대사업자가 나타나는 것은 우리 회사로서는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익명의 방문진 이사는 "지상파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의 공공성·공익성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여론 조성을 해야 한다"며 "자사 문제와 관련해 보도나 시사적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입장이지만 방송의 공공성 차원에서 시민사회나 토론회 등을 주도해서 여론을 조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보고자는 "3사가 모여서 결합상품의 폐해나 방송의 기능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를 했다"며 "잘못하면 자사 이기주의로 보일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7차 이사회(4월 7일)에서도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은 한 번 더 다뤄졌다.
MBC는 SK와 CJ헬로비전이 합병되면 CJ가 엄청난 자금을 확보해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
다만, MBC 내부에서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온도는 1월 2차 이사회와는 달랐다.
보고자는 "예전보다 상황이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유리해진 것 같다"고 보고했다.
이에 방문진의 한 이사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응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방송협회 내부에서 논의하고 방송 산업이나 시장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경영진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우리 매체의 채널을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독과점 문제도 제시할 수 있고, 여론 조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이라며 여론조성을 재차 강조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방문진은 중장기적으로 통신사가 플랫폼 기반을 인수하는 형태의 비즈니스가 허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방문진 이사는 "결국 통신사가 플랫폼을 인수하는 것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늦추는 와중에 방송사가 얼마나 대비해서 법적, 제도적 규제를 개선하고 경쟁할 수 있게 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같은 방문진 이사의 발언에 대해 "방문진 이사까지 공공연하게 방송의 편성·제작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면 뉴스의 공정성을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느냐"라며 "방송사가 자사 이해관계에 대한 보도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보도윤리에도 저촉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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