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그룹차원서 플랫폼 BIG PICTURE 전략 보고서 작성
- 플랫폼 포기, 통신플랫폼 전환·OTT 전환 등 다각도로 모색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CJ 그룹은 지난해 10월경 케이블TV 업계 1위 CJ헬로비전을 SK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해 방송통신 업계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 결정으로 SK텔레콤-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CJ그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의 불허로 플랫폼 매각이 무산된 만큼, 향후 다른 유료방송사 인수나 자체 플랫폼 강화, 통신플랫폼 전환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CJ그룹은 지난해 CJ헬로비전 매각을 비롯해 다른 MSO 및 LG유플러스 인수, 제4이동통신 추진 등 그룹의 플랫폼, 콘텐츠 사업의 미래를 놓고 고심 끝에 플랫폼 매각을 선택했었다.
<디지털데일리>가 입수한 CJ의 '플랫폼 BIG PICTURE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CJ그룹은 ▲MSO 플랫폼 강화 ▲통신 플랫폼 전환 ▲OTT 플랫폼 전환 ▲플랫폼 사업 정리 등 4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그룹의 플랫폼 및 콘텐츠 사업의 미래전략을 고심했다. '플랫폼 BIC PICTURE 전략 보고서'는 CJ헬로비전 매각 결정 전인 지난해 5월경 작성됐다.
◆자체 플랫폼 강화…만만치 않은 시장상황=보고서는 먼저 자체 플랫폼 역량 강화를 분석했다. 플랫폼 사업은 전략적, 재무적 관점에서 그룹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가입자 기반 축소 및 수익성 저하 우려로 그룹에서 전략적 의미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CJ는 MSO 플랫폼 강화 추진 전략이 실효성을 거우기 위해서는 유료방송 업계 선두권인 30%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10~15% 수준의 수익률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비용혁신이나 사업경쟁력 강화, 신규사업 추진 등 자체 턴어라운드 전략을 비롯해 유무선 결합상품 규제가 반드시 관철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CJ는 결합상품 규제가 관철될 경우 2020년까지 가입자 이탈을 50만 이내로 묶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SO 사업의 정상화를 위한 정책과제 중 실제 SO의 임팩트 관점에서 유무선 결합상품 규제가 유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인수합병 가능성도 다양한 관점에서 모색했다. M&A를 통한 추가 가입자 확보가 어려운 KT를 제외하면 향후 시장재편을 주도할 수 있는 사업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인 것으로 평가했다.
CJ헬로비전은 SK가 티브로드나 딜라이브, 현대HCN 중 2개 사업자를 동시에 인수해 시장내 지위를 강화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CJ헬로비전이 다른 MSO 인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KT와 SK CJ의 3강 구도가 정립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M&A에 적극 뛰어들 경우 CJ헬로비전은 시장 내 영향력 없는 4위로 전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럴 경우 CJ헬로비전은 인수자 부재로 출구전략조차 마련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됐다.
결국 플랫폼 강화 측면에서 CJ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바이어가 되거나 아니면 셀러가 되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리고 CJ의 결론은 최근 무산된 M&A에서 알 수 있듯이 매각이었다.
◆자체경쟁력 높이려면 대형 MSO 인수합병 필수=CJ는 그룹이 선제적으로 MSO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대형 MSO 인수합병이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수익성 유지나 투자비 회수 관점에서는 티브로드 합병이 우선적으로 꼽혔다. 티브로드와 합병을 가정할 경우 2020년까지 약 13% 가량의 수익성 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또한 CJ는 대형 MSO 인수합병 이후에도 LG유플러스와의 빅딜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CJ헬로비전의 턴어라운드가 성공하고 KT SKT CJ헬로비전의 3강구도가 확정될 경우 유선에서 뒤쳐진 LG유플러스와의 인수합병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CJ는 이를 통해 무선사업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CJ는 MSO 플랫폼 강화 전략을 평가한 결과 정부의 결합규제를 포함한 턴어라운드 및 신규사업 성공이 반드시 전제돼야할 것으로 보았다.
◆통신플랫폼으로 전환…LGU+ 인수·제4이통도 불투명=CJ가 두번째로 고민한 방안은 케이블 플랫폼에서 통신 플랫폼으로의 전환이었다. 제4이동통신 사업을 추진하거나 LG유플러스 인수합병이 검토 가능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먼저 기존의 MVNO(알뜰폰) 사업 강화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현 정권 이후 알뜰폰 정책지원이 불투명한데다 통신자회사를 제외하면 연대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통신사 인수 전략 중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제외된 LG유플러스가 지목됐다. 물론 LG그룹의 매각 또는 경영권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제4이통 사업 추진이었다. 혁신적 상품 등을 통한 점유율 확보와 이를 위한 우호적 규제지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CJ는 제4이통 진출할 경우 2020년까지 점유율 15% 돌파가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럴 경우 2025년까지 900만에서 1200만의 가입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CJ는 제4이통 사업이 불투명한 것으로 평가했다. 파격적인 전략실행은 물론, 정부의 지원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망 공용 사용 등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인기 단말기 확보, 무보조금 등 차별적 마케팅이 전제될 경우에 한해 제4이통 사업성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MSO 방송권역 제한으로 4이통 결합을 통한 유무선 결합 경쟁 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보고서는 통신 플랫폼 전환은 타당성이 낮고 그나마 단독 사업으로서 알뜰폰 사업 유지가 바람직한 것으로 보았다.
◆SK텔레콤이 최적의 파트너=마지막으로 보고서가 분석한 방안은 실제 실행에 옮긴 MSO 플랫폼 포기 전략이다. 다만, MSO 사업 철수는 CJ E&M과 오쇼핑 사업 보호를 전제로 현 유료방송 사업 수준의 수익 규모를 대체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확보해야 고려가 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빅딜이 아닌 매각일 경우 약 7000억원 수준의 현금 및 추가 사업협력 기회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CJ는 SK 계열만이 CJ헬로비전의 잠재적 인수 사업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MSO들은 자금여력이나 전략적 요구 측면에서 모두 고려대상이 아닌 것으로 평가됐다. 통신사 중에서는 KT의 경우 합산규제로 추가 인수 가능성이 희박하고 LG유플러스는 전략적 니즈는 높지만 자금 여력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SK에 매각하는 것도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K와 이해관계를 고려할 경우 SK는 네트워크 사업에, CJ는 콘텐츠와 커머스 사업에 집중하는 구조를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커머스 사업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우려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보고서는 SK그룹과의 빅딜에 대한 끈을 놓지않았다. SK와 논의가 진전될 경우 CJ E&M과 오쇼핑 사업의 보호 및 가치유지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5년 이상 편성유지 등 CJ E&M에 대한 편성권 확보를 비롯해 수신료 협상에 대한 전략적 공조, SK와 CJ E&M과의 공동제작, TV홈쇼핑에 대한 S급 채널번호 확보, 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에 대한 전략적 공조 강화 등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 고려된 방안은 OTT플랫폼 전환이다. OTT 플랫폼 전환의 전제조건은 유료방송 수준의 수익성 확보였다. 국내에서 TV OTT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 모델과는 차원이 다른 파괴적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보고서의 결론은 OTT 플랫폼 전환을 통해 가입자 지위 확대는 가능하겠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MSO 플랫폼 역할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결국, 보고서는 전략적, 재무적 가치 측면과 실행가능성, 전략적 유연성 측면에서 MSO 플랫폼 강화와 SK그룹과의 빅딜이 그룹 관점에서 추진 가능한 옵션으로 제안했다.
CJ그룹은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한 효과를 면밀하게 검토했지만 최종 결정은 플랫폼 사업의 매각이었다. 업계 1위 사업을 경쟁사에 내주는 대신 콘텐츠와 쇼핑몰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 결정으로 ‘BIG PICTURE 전략 보고서’ 4개의 전략 중 실현가능성이 높은 매각과 인수 중 하나인 플랫폼 포기전략은 당분간 사용하기 어려운 카드가 됐다. CJ그룹이 또 하나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 경쟁사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키우기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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