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LG유플러스 단독조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방통위의 불법 지원금 관련 조사는 늘 있던 일이었지만 LG유플러스의 조사 방해 및 수첩논란 등이 이어지며 규제기관과 기업과의 감정싸움,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담당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이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식사한 것이 문제가 돼 대기발령 처분을 받으면서 방통위 내부의 불만도 감지되고 있다.
방통위는 이달 1일, 2일 LG유플러스 본사를 방문, 단말기유통법 위반 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LG유플러스의 거부로 시행하지 못했다. LG유플러스가 단말기유통법의 사실조사 7일전 조사계획을 해당 사업자에 알려야 한다는 항목을 근거로 조사를 거부한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긴급한 경우와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엔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항목을 들어 조사를 진행하려 했다. 유례없는 조사 거부에 시장이 술렁거렸지만 3일 LG유플러스가 조사에 협조하기로 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다.
◆방통위 조사 담당과장 대기발령…논란 일파만파=하지만 그 이전 방통위 직원이 방통위를 자극하는 내용이 담긴 LG유플러스 직원의 수첩내용을 보고 고성이 오고갔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권영수 부회장과 신종철 조사담당관이 조사 하루 전날에 식사를 같이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순한 시장조사 사안이 로비시도, 규제기관과 기업과의 대립구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결국, 방통위는 7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만나 오찬을 함께 한 신 조사담당관을 대기발령냈다. 누가 만남을 제의했고 만남의 자리에서 어떤 내용이 오고갔는지와는 별개로 조사를 앞둔 시점에서 담당과장이 해당 기업 대표를 만난 것이 부적절했다는 이유에서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신 담당관에 대한 인사처분이 적절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최성준 위원장이 직접 대기발령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는 “징계차원은 아니고 논란이 된 마당에서 해당 공무원에 사실조사 지휘권을 맡기기 부적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통위 내부에서도 부적절해 보일 수는 있어도 신 조사관이 잘못한 것은 없다는 반응이 많다.
방통위 한 상임위원은 “이번 사안의 핵심은 LGU+가 조사를 방해한 것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며 “담당 과장을 배제시킬 경우 마치 우리가 잘못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LGU+=보통 이동통신 단말기 지원금 불법 지원과 관련해 ‘대란’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보조금이 그만큼 많이 지급되고 번호이동 수치가 급등하는 경우에 한한다. 이번 LG유플러스의 경우 조사가 마무리돼야 정확한 수준을 알 수 있겠지만 ‘대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국지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의 위반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아 단독조사에 들어가지만 전체 규모를 보면 ‘대란’ 수준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통신업계와 방통위도 LG유플러스가 심각한 사안도 아닌 것에 대해 조사거부를 하고 나섰는지 궁금해 한다. 일각에서는 경기고, 서울대 동창인 권영수 부회장과 최성준 방통위원장간의 관계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고, 단독조사에 대한 억울함의 표현일수도 있고, 정말 무엇가를 감추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을수도 있다. 어찌됐든 이동통신 보조금 조사에서 본사차원에서 대놓고 조사를 거부한 사례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최고위층에서 특별한 지시가 있었을 것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논란이 확대되면서 LG유플러스는 호미로 막을 사안을 가래로 막는 모양새가 됐다. 정당한 권리행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로비시도, 공무방해 의혹만 키웠다.
◆성급한 가중처벌 방통위도 논란 키워=방통위도 가중처벌을 언급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조사거부에 대해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3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LG유플러스의 사실조사 거부는 가중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사업자가 현장조사를 방해하거나 저지하는 것은 금지행위로 심결시 가중처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단말기유통법의 사실조사 7일전 조사계획 통보를 근거로 조사를 거부했다. 규제기관 조사에 기업이 거부한다는 것이 정서적으로 낯설었지만 LG유플러스가 무조건 조사를 방해한 것은 아닌 셈이다. 어찌보면 그동안 관례적으로 수용했던 정부 조사에 대해 법적인 근거를 들어 절차를 밟으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 법적으로 가중처벌 대상인지 판단이 이뤄진 것도 아니고 5인의 방통위원들이 모여 가중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을 모은 것도 아니었다. 방통위가 감정적으로 성급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통위도 연휴 이후 한 발 물러섰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당장 이번 사안에 대해 가중처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 없다”며 “사실조사 이후 가중처벌이 가능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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