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8, 9일 양일간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전국에서 진행됐다.
사전투표는 13일 진행되는 일반 투표와 절차상 조금 다르다. 일반 투표가 신분증을 제시하고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후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를 진행한다면 사전 투표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지문인식기를 통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이후 본인이 속한 선거구에 해당하는 출마자들이 표기된 투표용지를 즉석에서 출력 받아 투표를 하는 구조다. 이렇듯 사전 투표는 정부의 행정망 연동과 지문인식 등 IT기술이 대거 적용돼 가능했다. 또 개표에 있어서도 전자개표기가 사용되는 등 선거에도 전자화 물결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풀리지 않는 숙제가 바로 ‘전자투표제도’다. 전자투표는 직접 선거 장소에 가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일부 기업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주주총회 개최지와 시기 집중으로 인한 회사의 의결권 확보 어려움과 주주의 총회 참석 제약 해소를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2015년 상반기 동안 전자투표를 이용한 상장회사는 341개사로 전체 상장사 대비 18.4%에 해당하기도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미 온라인투표 서비스인 ‘케이보팅’을 제공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용을 승인한 기관, 단체의 선거에 대해 PC와 이동통신단말기를 이용한 웹, 모바일 환경에서 투표관리, 이용기관 관리자 대상 교육, 시스템 기술지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난 2013년 10월 첫 서비스 이후 누적 선거인단 규모는 39만3000여 명에 달한다.
이렇듯 전자투표는 장소와 시간의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 투표율 상승 및 유권자 편의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총선, 대선 등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벤트에 적용이 가능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앞서 전자투표는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총선거 때부터 실시를 검토했지만 기술 및 사회적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연기하기로 한 상황이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전자투표 법제화를 정책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문제는 선거에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전과 보안성이 확보되었는지의 여부다. 실제 지난해 검찰 조사 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투표 시스템인 ‘케이보팅’이 투표결과를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보안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검찰 수사 과정을 통해 프로그램 제작업체가 의도를 가질 경우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조작이 가능할 만큼 보안에 허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전자투표가 신뢰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정확성 ▲확인성 ▲완전성 ▲단일성 ▲합법성 ▲기밀성 등을 만족해야 한다. 만족해야 할 요건이 많은 만큼 다양한 보안 기술과 정책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케이보팅 보안 문제에 대해 공식블로그를 통해 “온라인투표시스템은 허가받은 서버관리자 외 네트워크 접근제한, 시스템관리자와 서버관리자의 접속권한 분리, KT 전용서버 방화벽(이중화)에 의한 접근차단, 시스템 접속·작업내역 로그관리 등을 통해 외부로부터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온라인투표시스템은 선거인의 투표보호를 위해 할당된 선거인 개인별 주소 외 정보의 로그인 차단, 휴대전화(또는 개인정보)를 이용한 본인인증, 암호화 통신(SSL)을 통한 투표값 전송, 투표종료 7일 후 투표데이터 자동삭제 등의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전자투표에 대한 신뢰성 회복이 우선인 상황에서 전자투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경우 최신의 암호화 기술인 ‘블록체인’을 선거에 접목하는 방법이 모색되는 등 전자투표 기술 향상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국책과제 수행 등 실제 서비스 도입을 위한 기술 검토 등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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