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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00억원 투자해 국산 슈퍼컴 개발…현실성 있나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정부가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한다. 이를 위해 총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단계적 개발을 통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는 1페타플롭(PF, 1초에 천조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이 가능한 처리 속도) 이상, 이후 2025년까지 30PF 이상 시스템을 만든다.

다만 이같은 사업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슈퍼컴퓨터 ‘톈허2’의 성능은 이미 33.86PF(1초에 3경3860조번의 부동소수점 연산가능)에 달한다. 이는 정부가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30PF을 이미 달성한 수치다.

슈퍼컴퓨터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 역시 이미 외산 제품 위주인 만큼 국산화 실현 가능성도 미지수다. 일각에선 슈퍼컴 인프라도 클라우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의 이같은 계획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 슈퍼컴퓨터 자체개발 사업을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초고성능컴퓨팅(HPC) 사업단(법인)’을 설립하고, 사업단에 매년 100억원 내외의 연구 개발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사업단은 4월부터 공모를 통해 선정하며, 국내외 개발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다양한 개발 주체(산·학·연)간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된다.

◆95% 이상 외산기업 점유, 국산 기술로 가능할까=슈퍼컴퓨터로 대변되는 HPC는 HW와 SW가 통합된 ICT 분야 첨단기술의 집합체로 대규모 데이터를 고속으로 저장·분석·처리함으로써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지능정보사회의 기반기술로서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국내 초고성능컴퓨팅 시장의 95% 이상을 글로벌 기업이 점유해 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 및 기술 경쟁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슈퍼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로서, 단순한 슈퍼컴퓨터 개발 뿐만 아니라 시스템 아키텍쳐 설계가 가능한 최상급 인력의 양성, 기업과의 공동 연구 및 기술이전 등을 통한 산업계의 활력을 제고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동안 국내 주도의 슈퍼컴퓨터는 KISTI 바람, 서울대의 천둥, ETRI 마하 등이 있지만, 대부분이 산발적이며 소규모 시스템에 그친 바 있다.

때문에 지난해 7월 출범한 슈퍼컴퓨터 개발 전략은 2015년 7월에 출범한 ‘초고성능컴퓨팅 발전 포럼’이 공청회 등을 통해 정부에 제안한 내용을 토대로 이번 안이 마련됐다는 것이 미래부의 설명이다.

◆중소기업 참여 높이고 저전력‧확장성‧범용성 시스템 개발=정부는 기존 슈퍼컴퓨터 개발경험(0.1PF 이하)과 공공부문의 슈퍼컴퓨터 실수요(1PF 내외) 등 국내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 2단계로 개발할 방침이다.

1단계로 향후 5년 간 1PF 이상, 2단계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30PF 이상의 슈퍼컴 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지난해 재난·환경 분야 조사 결과, 이미 9개 부처에서 해양예보, 산불·산사태 예측 등의 용도로 1PF 내외의 수요를 형성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기존 상용 제품 전력소모량의 약 1/4 수준인 80kW/PF 이하, 5~10PF 이상 규모로 확장 가능한 범용성 있는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한다. 특히 국내에는 특정 산·학·연이 독자적으로 슈퍼컴퓨터 개발이 어려운 만큼, 이들 개발 주체 간 분산된 기술·노하우 등을 효과적으로 결집하기 위해 일원화된 개발 조직(초고성능컴퓨팅 사업단)을 구성·운영한다.

기업의 경우 슈퍼컴 보드 제작, 패키징, 양산 및 A/S 등에 참여하고, 대학은 원천기술 개발, 전문 인력 양성 및 사업단과의 인력·기술 교류, 출연(연)은 슈퍼컴 개발에 필요한 개발 인프라 및 테스트 베드를 제공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또한 스토리지, 운영체제, 보드제작 등 슈퍼컴 개발 컴포넌트 별로 중소기업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밖에 공공부문 슈퍼컴 수요를 주기적으로 조사·발표하고 부처 및 공공기관이 국산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미래부 이진규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최근 알파고 등 인공지능의 발전은 대규모 데이터의 고속 처리가 가능한 슈퍼컴퓨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인적·기술적 역량을 구체적인 성과물로 입증하고, 개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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