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구 KEIT 박사 “R&D 투자 늘리고, 부품 경쟁력 키워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미래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뿐 아니라 부품사·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까지 뛰어들고 있는 스마트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도태될 수 있다는 현 위기 상황을 파악하고 조속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은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독일 등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기술 격차는 현저히 벌어져 있어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도 안 된다”며 “벼랑 끝에 선 것이나 다름없으며, 구태를 벗고 협업과 개방 아래 정보통신기술(ICT)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자율주행차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특정 대기업의 쏠림 현상 ▲상대적으로 낮은 연구개발(R&D) 투자 ▲수입에 의존하는 핵심 부품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 등을 꼽았다.
이에 이 박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R&D 투자비를 대폭 늘리고, 융합 및 협업 생태계를 통해 부품사를 비롯한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컨트롤타워를 수립하는 한편,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조세 혜택 및 자금 지원 창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그는 “정부는 자율주행차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들에게 금융 및 조세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거나, 자금 확보를 위한 은행 대출 문턱을 낮춰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수직계열화된 과거 관행으로부터 벗어나 융합과 협업의 자세를 갖고 글로벌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박사는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등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며, 정부를 비롯한 각 기업의 R&D 투자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1년에 40조원가량의 스마트카 R&D 비용을 투자하는데, 이 중 35~40%를 협력사에서 추진하고 나머지를 완성차 업계에서 부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년에 약 6조원을 투입하는데 이마저도 현대차가 70%를 부담하는 상황이다.
그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스마트카 연구개발을 위해 66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사실 턱 없이 모자르다”며 “1년간 민간기업과 정부의 R&D 투자비를 합하면 독인은 40조원, 일본은 30조원, 미국은 12조원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은 2018년까지 미래 자동차 R&D에 13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보쉬와 BMW는 1년에 7조원, 폭스바겐은 14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카 내 핵심 부품이 대부분 수입되는 상황도 지적됐다. 국내에서 내놓은 자율주행 시범차량 등도 수입 부품을 사용하는 등 국산 부품 경쟁력이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요 국가와 자율주행차 기술 격차가 커지고 있는데, 핵심 부품 경쟁력도 문제가 된다”며 “자율주행차 내 핵심 부품이 모두 수입되는 상황이고, 기초 과학을 기반으로 한 원천기술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정부부처별로 각각 추진되는 스마트카 추진 전략도 정부 컨트롤타워 아래 적극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스마트카 정책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난해 12월 설립한 자동차 융합 얼라이언스도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민간주도형으로 전환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기술 및 법률 전문가 등을 선임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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