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데이터 분석 역량이 금융사의 주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머신러닝 기법 도입이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로보 어드바이저 등 자산관리 분야에 적용되던 머신러닝은 이상거래탐지 시스템(FDS)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사의 데이터 분석은 사후 데이터 처리가 일반적이었다. 현업과 고객에게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전략을 세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와 고객관계관리(CRM)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데이터 분석은 ‘예측’이 강화되는 추세로 진화되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일어나거나 일어날 만한 일을 미리 예측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 분석 기법도 세분화되고 있다. 여기에 머신러닝(Deep Learning)까지 가세하면서 데이터 분석의 춘추 전국시대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머신러닝은 딥러닝(deep learning)의 한 형태로 인공지능의 첫 단계다. 머신러닝은 기계학습을 의미하는 용어가 쓰인 지는 30여년이 넘었다. 딥러닝의 경우 인공신경망을 의미하는 용어로 인간의 뇌가 작용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머신러닝이 이뤄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머신러닝은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관심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robot)과 자문가(advisor)가 결합한 단어로 자동화된 자산관리 시스템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까지 머신러닝이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외국에서는 이미 페이팔이 FDS에 딥러닝 기법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SK증권은 딥러닝 기반의 FDS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에 FDS를 신규 구축하는 SK증권은 수많은 실시간 거래가 발생하는 금융서비스에서 룰(Rule) 기반의 기존 FDS로는 수시로 변화하는 금융사기 패턴을 막을 수 없다라는 한계를 인지하고, 룰(Rule) 기반과 더불어 딥러닝 기술을 이번 사업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금융사고 패턴을 분리해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금융사기탐지 방식을 병행 적용할 계획인 것. 이를 위해 SK증권은 인피니그루를 주사업자로 선정했다. 인피니그루는 증권사 실무 현장에서 프로토타입으로 개발된 딥러닝 이상징후분석 솔루션 그루딥(GruDEEP)을 SK증권에서 고도화해 FDS 시스템에 임베디드 형태로 적용할 예정이다.
시스템 구축을 맡은 인피니그루 최정열 이사는 “모바일 시대에 데이터 폭증을 맞으며 머신러닝 학습여건이 마련된 것”이라며 “딥러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면 탐지영역이 더욱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FDS는 탐지 영역까지는 가능했지만 ‘차단’ 수준까지는 완성되지 못했다. 인피니그루 유경식 대표는 “많은 FDS 제안요청서(RFP)를 봤지만 ‘차단’을 상세요건에 내건 RFP는 SK증권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FDS를 통해 이상거래 차단이 가능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규칙(Rule)이 명확해야 하고 금융사 자체에 고객 대응 프로세스가 확실해야 한다. 즉 R&R(Role & Responsibility)이 확실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이상거래 징후가 발생했는데 특정 부서에서 이를 ‘문제 없음’으로 처리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룰’의 경우 금융사는 인력에 대부분 의존해왔다. ‘룰’이라는 것은 일종의 이상거래가 발생하는 규칙으로 ‘사후약방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즉 사고가 발생해야 해당 사고를 분석해 이를 탐지할 수 있는 ‘룰’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사들은 각각 FDS를 위한 룰을 50에서 650여 가지씩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룰은 모두 인력을 통해 입력된다. 개별 사고에 대한 룰을 추출해 사람이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딥러닝을 적용하면 FDS가 스스로 학습해 룰을 생성하는 단계에 들어선다. 결국 이상거래를 탐지하는 행위가 자동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머신러닝 기법은 FDS와 같이 금융권의 보안 및 리스크 분야는 물론 업무 분석 등에 이르기까지 널리 쓰일 수 있을 전망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김회민 연구원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금융업 적용 사례’ 보고서를 통해 “금융업은 타 산업 대비 데이터 보유량이 많아 컴퓨터 스스로 신속하게 이를 정리하고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머신러닝 활용 기회가 많다”며 “관련 기술의 도입과 활용은 치열해진 금융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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