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수많은 실패사례, 학습효과가 무색한 상황이다. 또 다시 제4이동통신 도전이 재무적 안정성, 사업수행 능력 부족으로 발목을 잡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9일 오후 제4이동통신 허가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퀀텀모바일, 세종모바일, K모바일 등 3개 법인의 사업계획서를 심사한 결과 3사 모두 허가적격 기준인 70점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는 서비스 안정적 제공에 필요한 능력(40점), 재정적 능력(25점), 기술적 능력(25점), 이용자보호계획 적정성(10점) 등을 평가했다.
하지만 3개 법인 중 단 한 곳도 항목 평가에서 평균 70점을 넘긴 곳은 없었다. 가장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던 K모바일은 재정능력 평가에서 47.24점이라는 낙제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K모바일은 미국 자본이 중심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KMI가 러시아 자본으로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퀀텀모바일이 각 심사항목에서 60점 중반대에서 점수를 고르게 받았지만 심사위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크게 부족했다. 특히 퀀텀모바일은 유례없는 주주의 전수조사 결과 일부 출자금이 상당히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나 실망감을 안겼다.
세종모바일은 아예 출제의도에서 어긋난 답안지로 고배를 마셨다. 수도권 구축 후 통신사 망을 로밍해 전국으로 서비스한다는 계획은 정부의 제4이통 출범 취지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정부는 서비스개시시점 25%, 1년차 40%, 2년차 55%, 3년차 70%, 4년차 85%, 5년차 95% 커버리지 망구축 의무를 부여했는데 전혀 엉뚱한 계획을 제출한 것이다.
자본금 규모나 사업계획을 감안할 때 세종모바일의 사업획득 가능성은 낮았지만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펼쳐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제4이동통신은 2010년 6월 한국모바일인터넷(KMI)가 서비스 허가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번이 7번째 심사지만 아쉽게 탈락한 사례조차 없었다. 매번 주식시장을 출렁거리게 했고, 정부 입장에서는 매년 심사위원단을 꾸리는 등 비용, 시간적 등을 소요했다. 한 번 심사를 진행할때마다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이번에는 정부가 법을 바꾸고 주파수 할당공고 및 지원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경쟁활성화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중소기업, 외국자본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수차례 증명이 됐다. 결국은 국내 대기업 자본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현재 이동통신 시장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모바일 부재로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자들조차 제4이통을 외면했다.
미래부는 당분간 알뜰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중 제4이통과 관련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다시 심사가 진행되더라도 실제 제4이통이 망을 구축하고 서비스하는 시점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이다. 그동안 중소 업체가 중심인 알뜰폰이 힘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반복된 실패에 더 이상 제4이통을 추진할 동력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제4이통을 향한 뜨거운 손길들이 존재한다. 심사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연내 다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종렬 KMI 대표는 "제4이통에 대한 정책의지를 거둬들이기 보다는 올해 다시 한 번 허가신청을 공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통신시장의 발전과 투자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라도 제4이통에 대한 의지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반면, 7차례나 실패한 상황에서 더 이상 심사를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안정상 더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정부는 무책임하게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할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며 “7차례나 실패했으면 제4이통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통사간 서비스 경쟁, 알뜰폰 활성화 등으로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제4이통 도전기가 진행형이 될지 과거형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통3사에 필적할 만한 기업의 등장, 또는 스페인의 프리모바일처럼 기존에 통신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 등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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