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엄이도종(掩耳盜鐘). 여씨춘추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이다. 자기만 듣지 않으면 남도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행동 또는 결코 넘어가지 않을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말이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1년이 지났다. 시장은 안정화됐다. 소비자는 번호이동 기기변경 신규가입 관계없이 지원금을 받는다. 지원금 공시도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선택약정할인은 여전히 논란이다. 선택약정할인은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는 제도다. 지원금보다 높을 때가 많아도 소비자의 가입률이 떨어진다.
소비자원이 쓴 소리를 했다. 홍보 부족과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유심) 이동성 제한 때문에 가입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발끈했다. 충분히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유심이동의 경우 통신사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해명했다.
선택약정할인은 사실 통신사와 제조사 모두 싫어하는 제도다. 통신사는 할인으로 생기는 손해를 혼자 감당해야한다. 지원금은 제조사와 같이 마련한다. 할인보다 지원금이 이익이다. 제조사는 할인받는 사람만큼 새 기계를 팔 기회를 놓친다. 지원금으로 돈을 쓰더라도 제품을 파는게 이익이다. 미래부야 생색만 내면 그만이다. 박근혜 정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은 지킨 셈이다.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은 탓이다.
좋은 정책도 실효성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통신사는 선택약정할인 이용자의 기기변경을 허용치 않는 이유를 지원금 수령 유무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래부도 통신사도 이것이 핑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원금을 받는 대상은 기계가 아니라 가입자의 회선이다. 단말기유통법 이전 통신사는 장기가입자를 붙들기 위해 기기변경 혜택을 준 적이 있다. 이때는 무엇으로 그들을 추려냈단 말인가. 타 통신사에서 수령할 경우 검사하기 어렵다는 변명도 한다. 이는 통신사 번호이동을 관리하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를 통하면 될 일이다.
통신사에게 강제할 수 없다는 미래부 해명 역시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통신사를 압박해 원하는 정책을 수행토록 했다. 초당과금제, 기본료 폐지, 데이터중심요금제 도입 등 자율로 포장했던 대부분이 정부 공약에 포함돼있거나 선거철에 이뤄진 것은 어떻게 봐야한단 말인가.
해법은 나와 있다. 벌써 1년이 지났다. 통신사나 미래부나 이러니 한통속이라는 욕을 먹는 것이다. 말의 향연은 질렸다. 고객 우선 국민 우선이면 행동으로 보여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