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5일 발행된 <인사이트세미콘> 오프라인 매거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LCD에 이어 OLED, 그 중에서도 유연하게 휘어질 수 있는 플라스틱 기판 기반의 플렉시블 OLED 시대가 조만간 활짝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플렉시블 OLED를 자사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에 탑재하고 있으며 애플과 LG전자도 스마트워치에 동일 기술의 패널을 탑재하고 있다. 플렉시블 OLED는 추후 자동차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유리 기판 OLED 생산을 건너뛰고 플렉시블 OLED로 직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 이충훈 유비산업리서치 수석애널리스트 겸 대표이사 ubiyi@ubiresearch.co.kr
초기 인류는 언어와 기호를 기록하고 저장하기 위해 거북등 껍질을 활용했다. 언어가 발달하면서 다량의 문자를 기록해야 될 필요성이 대두되자 파피루스나 양피지 등에 문자를 쓰기 시작했으며, 추후 종이가 개발되면서 책을 만들게 됐다. 책은 문자와 그림 위주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의 저장 매체로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20세기로 접어들면서 반도체가 개발됐고 상황은 급변했다. 반도체 기술 발전은 개인용컴퓨터(PC)의 보급으로 이어졌고, 디지털 시대를 열었다. 21세기 초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이 등장했으며 기기 하나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융합의 시대를 만들었다. 이제는 사물인터넷(IoT)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디스플레이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초기 PC 시절에는 브라운관(CRT)이 대세였으나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부터 액정표시장치(LCD)가 주로 쓰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새로운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사용하는 플렉시블 OLED가 될 것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플렉시블 OLED, 모바일 기기 주요 디스플레이로
IoT 시대의 핵심 기기는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다. 이제까지 스마트폰은 유리 기판을 사용한 박막트랜지스터(TFT) 액정표시장치(LCD)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핵심 디스플레이로 쓰였지만 보다 가볍고 외부 충격에도 강한 제품이 요구되면서 플라스틱 기판에 AM OLED를 만든 플렉시블 OLED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스마트워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스마트폰은 화면이 접어질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OLED로 다시 한 번 진화할 예정이다. 아마도 플렉시블 OLED의 마지막 진화 단계는 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는 롤러블 OLED가 되지 않을까 싶다. 주 용도는 스크린 TV가 될 것이다.
현재 플렉시블 OLED로 상용 제품을 내놓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이 있다. 애플은 아이폰에 TFT LCD를 활용해 왔으나 스마트워치에는 LG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OLED를 채용했다. 최근에는 아이폰에도 플렉시블 OLED를 채용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삼성디스플레이, JDI와 함께 적극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OLED를 스마트폰의 메인 디스플레이로 활용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9을 출시하는 2017년 이후 플렉시블 OLED를 채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중국 화웨이도 OLED 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화웨이의 경우 플렉시블 OLED를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개발 중이기도 하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플렉시블 OLED가 매우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최근의 자동차는 내비게이션을 포함해 점차 다양한 정보 처리가 요구되고 있어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자동차의 작동 상황, 외부 정보 등을 운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보다 많은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평면형 디스플레이로는 차량 내부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어렵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가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안전이다. 유리 기판 디스플레이보다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쓴 플렉시블 OLED가 혹시 일어날 지도 모르는 사고에는 ‘그나마’ 안전하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2018년을 기점으로 자동차에 플렉시블 OLED를 탑재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및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유비산업리서치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플렉시블 OLED 시장은 이제 막 개화를 시작했으나 5년 후에는 이처럼 다양한 제품군에 탑재되며 2020년 약 36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업계, 플렉시블 OLED로 직행
현재 플렉시블 OLED를 양산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밖에 없다. 일본은 기술력을 갖추긴 했으나 양산은 아직이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의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 유리 기판을 사용하는 일반 리지드(Rigid) OLED 양산은 건너뛰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실제 BOE와 비전옥스, 티안마, CSOT는 6세대 플렉시블 OLED 양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큰 그림을 세워놓고 최근 국내외 장비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 OLED 양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곧바로 6세대 플렉시블 OLED 양산라인을 구축한 뒤 수율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들이 의미 있는 양산에 성공한다면 국가간 경쟁을 떠나 플렉시블 OLED의 시장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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