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1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으로 자산규모 290조원의 초대형은행인 KEB하나은행이 본격 출범했다.
주지하다시피, 내년 6월까지 기존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IT통합 작업이 전사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은 IT통합과정에서 다소 예민한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을 미리 내려야만 한다.
‘IT통합이 완료되는 내년 6월 이후, KEB하나은행의 주전산센터는 어디로 정할 것인가.’
과거 국내 은행권의 합병사례들을보면, 주 전산센터의 결정은 매우 예민한 문제였다. IT통합 작업이 완료되면 기존 두 개의 은행 전산센터중 한 곳은 당연히 폐쇄돼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합병은행 당사자들의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 당시에는 상업은행 잠실센터가 주전산센터가 됐고 한일은행 논현동센터는 매각됐다. 또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당시, 주택은행 염창동센터가 주전산센터가 됐고 국민은행 종암동 센터는 BPR센터 등으로 역할이 변경된 바 있다.
따라서 과거의 방식대로라면, KEB하나은행은 기존 하나은행의 경기도 분당센터 또는 외환은행의 서울 상암센터 중 한 곳은 내년 6월 이후 폐쇄절차를 밟아야 한다. 물론 완전히 폐쇄되지는 않고 ‘백업센터’로 역할이 전환될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은행 ‘중추신경망’의 역할은 더 이상 아니다.
◆하나-외환은행 동시 배제, 제3의 장소를 주전산센터로 = 그러나 결과적으로 KEB하나은행측은 예상을 깨는 다소 의외의 선택(?)을 했다.
기존 하나은행 또는 외환은행 전산센터를 모두 배제시킨채, KEB하나은행은 IT통합이 완료되는 내년 6월 이후부터는 서울 상암동 LG CNS 데이터센터(자료 사진)를 임대해 은행의 ‘주전산센터’로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렇게되면, 기존 두 은행 직원들의 심리적 동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물론 전산자원의 대규모 이전과 상면 아웃소싱에 따른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하나금융그룹이 최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2017년말 완공을 목표로 ‘그룹 통합데이터센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 통합 데이터센터에는 KEB하나은행의 IT인프라뿐만 아니라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등 하나금융 계열사의 IT인력과 자원이 모두 모이게 된다.
◆2017년말 이후. 청라 통합데이터센터로 주전산센터 다시 이전 = 결국 하나금융측이 발표한 일정대로라면, 상암동 LGCNS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KEB하나은행의 주전산센터는 IT통합이 완료되는 2016년7월부터 그룹 통합데이터센터가 완공되는 2017년말까지 약 18개월간 한시적으로만 운영한다는 얘기가 된다.
언뜻 생각하면 18개월만 사용하기위해 자체 전산센터를 배제한채, 외부 IT업체의 데이터센터 시설을 활용하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보면, 비용이 들더라도 IT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협화음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다면 이같은 번거로움은 감내할 수 있다고 KEB하나은행측은 판단한 듯 하다.
물론 이같은 결정이 나오기까지 KEB하나은행 내부적으로 어떠한 우여곡절을 겪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당연히 기술적인 부분도 고려했겠지만 현재로선 합병 이후에도 KEB하나은행의 화학적 통합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IT통합이후 기존 하나은행 분당센터와 외환은행 상암센터가 백업센터로 활용될 것인지 또는 기타 다른 업무용도로 리모델링 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와관련 하나금융측 관계자는 “기존 센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현재로선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확인했다. 또한 청라 통합 데이터센터로 주전산센터 이전후, LG CNS 상암 데이터센터를 백업센터로 역할을 변경할 것인지의 여부도 현재로선 결정되지 않았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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