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1992년 지금은 우리은행에 합병된 평화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지막 은행 인가를 받았다. 이후 23년간 국내서 은행 인가 작업은 이뤄진 적이 없다.
지난 2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를 열었다. 당초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참가신청자 폭주로 시간과 장소를 전날 바꿨다.
실제 이 날 설명회에는 다음카카오와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KG이니시스 등 IT기업과 금융지주·은행·증권·보험사, 컨설팅, 회계법인, 벤처 캐피탈 등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거의 모든 산업군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열기를 띨 것으로 보였던 질의응답은 예상외로 맥이 빠지는 분위기였다. 금융 당국은 큰 틀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대한 기준은 세운 듯 보였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아직 정리되지 못한 분위기가 감지됐기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23년간 은행업 인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금융 당국의 관련 프로세스와 기준 등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 관계자들 역시 은행업 인가에 대한 경험이 없는 만큼 처음부터 다시 관련 사항 등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는 컨소시엄 구성 방법과 은행 및 금융지주 관계사의 사업 참여 등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었다. 특히 금융당국에 사전질문을 보낸 상황에서 이를 다시 확인하려는 업체가 많았다.
한 관계자는 “사전 질의 등을 보냈지만 굳이 현장에서 이를 다시 확인한 것은 그만큼 금융당국이 우리의 궁금증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줄까라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설명회가 끝난 이후 한 관계자는 “결국 심사과정을 거쳐봐야 금융당국의 인가 기준이 뭐였는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설명회 참가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해 ‘적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 지 여부 를 중요한 점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반복했다. 유동성 비율, 최대주주요건과 IT시스템 구축 등에 대해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취지에 맞는 적정한 선을 알아서 판단하길 요구하고 있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선 중국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가와 실제 서비스가 출현하기까지 1년이 채 못되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는 본인가 후 실제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현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IT시스템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감독방침도 아직 논의가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다. 실제 시스템 구축 시장에 뛰어들게 될 IT업체들은 금융당국의 IT시스템에 대한 심사기준에 대해 궁금해 하지만 금융 당국은 아직 거기까지는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참여한 IT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어느 정도 규모의 IT시스템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예산과 시스템 로드맵을 구성할 수 있다”며 “이러한 요건이 모호한 상황에선 예비인가 후 시스템 구축에 어느 정도의 시일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인터파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업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사업참여를 준비하는 업체들이 다수 나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첫 인가과정이 얼마나 매끄럽게 흘러가느냐가 중요하다.
23년만의 새로운 도전이 그저 1, 2개 은행이 추가되는 것에서 그친다면 사회적으로도 낭비임에 분명하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9월 30일, 10월 1일 양일 간 일괄적으로 인터넷은행 시범사업자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후 이르면 12월 중 1-2개 컨소시엄에 예비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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