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VOD(주문형 비디오)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2012년 VOD 매출은 2986억원이었지만 2013년에는 4331억원, 작년에는 5400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됐다.
VOD는 예전으로 치면 비디오 대여점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발품 팔아 대여점에 갈 필요 없이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다. VOD 활성화로 시청자들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시청할 수 있게 됐고, 방송사는 과거에는 없던 비즈니스 기회를 갖게 됐다. VOD는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높였다.
VOD의 활성화로 음지에서 거래되던 방송 콘텐츠가 양지로 나오는 등 여러 측면에서 방송시장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VOD 시장을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자칫 양 진영의 갈등으로 VOD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시청자의 불편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갈등의 발단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잇단 가격인상에 대한 유료방송의 반발 때문이다. 지상파의 잇단 콘텐츠 가격인상 공세에 유료방송사들도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하다. 타협점은 보이지 않고 서비스 중단 가능성만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IPTV나 케이블TV이나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보다는 서비스 중단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료VOD 서비스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수익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할 사업자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라면 앞으로 유료방송에서 무료 지상파 VOD를 시청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무료 VOD 서비스 중단은 방송시장 전체로 보면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 무료에서 시작해야 유료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 성급한 유료화는 시청자들의 VOD에 대한 경험 자체를 없애고 거부감만 키울 수 있다.
다시보기에 의미를 부여한 시청자들은 1500원도 지불할 수 있다. 반면 무료보편적 지상파 방송이 VOD에서는 편당 1500원으로 둔갑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은 VOD 자체를 외면할 수 있다. 여기에 정식 서비스가 아닌 비정상적 유통경로를 통해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지상파 방송이 중단된 모바일IPTV에서는 여러 불법 애플리케이션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양지로 힘들게 나온 VOD 시장도 다시 음지로 내려갈 수 있다.
VOD는 방송시장에서 유일하게 급성장 하고 있는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잘만 키우면 계속해서 부귀를 안겨주겠지만 성급한 마음에 배를 가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거위의 배를 불려 서로가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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