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은행권의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센터 개소 및 협력업체 선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폐쇄적이었던 은행의 시스템을 일부 공개하는 등 핀테크 열풍을 타고 은행들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마다 핀테크 시장 활성화 의지에는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핀테크를 금융시장 변화의 주류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노력하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정부 정책에 눈치를 봐가며 ‘보여주기 식’ 이벤트를 진행하는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최근 만난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쇼잉(showing) 불과한 기술이 은행과 협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현실적으로 확산이 어려운 기술이 핀테크 육성이라는 정부 과제에 맞춰 일부 적용되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은행 입장에선 핀테크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게 전해옴에 따라 이에 보조를 맞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특히 정부 정책 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일단 자극적이고 이슈가 될 만한 기술과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핀테크라는 새로운 조류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빠른 시일 안에 보여줄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에만 함몰되다 보면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불고 있는 핀테크 경진대회나 기업 육성 프로그램이 과열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시작 몇 개월 전부터 지속적인 업체와의 만남을 통해 옥석을 가려내고자 노력하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서류전형만으로 업체들을 걸러내는 은행도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경쟁력 있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은 도태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핀테크 열풍에 은행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만큼 이를 잘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투자 관련해서 금융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은행은 물론 벤처 캐피탈까지 몰려들면서 자금 융통 방법의 가짓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은행이 제시하는 조건이 생각보다 좋아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며 “온도차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은행권에서 투자 기조인 시기를 잘 이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물론 이러한 투자의 선결 조건은 혁신적인 서비스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눈먼 돈’이 시장을 혼탁하게 하지 않기 위해선 스타트업 등 업체들은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고 은행들은 이러한 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야 한다.
은행도 자신들이 ‘갑’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외에서도 국내 핀테크 기술과 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면 아래서 여러 가지 협의가 오고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은행들이 우리들을 ‘을’로 보고 접근한다면 그들은(해외업체) 백지 상태에서 우리를 평가해 국내보다 해외에 보다 욕심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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