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알뜰폰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저렴한 요금제에 우체국 등 오프라인 유통망이 결합되며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꾸준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7일부터 신규가입 업무 이외에 기기변경, 해지, 명의변경 등의 업무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5월부터는 유심(USIM)칩도 현장에서 받을 수 있다. 4월 6일 현재 알뜰폰 가입자 수는 495만 수준. 이달 중순경에는 500만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연내 600만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동통신 가입률이 수년전 100%를 넘은 상황에서 알뜰폰의 성장은 기대 이상이다. 알뜰폰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저렴한 요금 수요를 읽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본료가 없거나 1000원에 불과한 요금제들이 중장년층, 학생, 외국인 수요를 이끌어 냈다.
자체 네트워크가 없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같이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정부의 정책적 배려 때문이었다. 알뜰폰은 기존 이통3사에 망을 도매로 빌려 소매로 판매하는 구조다. 망도매대가가 비싸면 사업을 할 수 없다. 망도매시장에서의 이통3사의 경쟁도 있겠지만 사실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많이 반영됐다.
도매대가 인하는 꾸준히 이뤄졌고, 전파사용료도 감면받고 있다. 전파사용료는 가입자당 4800원이다. 500만 기준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은 총 240억원을 절감한 셈이다. 특히, 선불 가입자가 많은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전파사용료 감면은 경영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알뜰폰 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미래부 ICT 정책 해우소 간담회에서 알뜰폰 사업자들은 알뜰폰 전파사용료 감면 3년 연장 및 도매대가 추가 인하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을 만큼, 도매대가와 전파사용료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 재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직 정책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9월 만료될 예정인 전파사용료의 감면 연장이나 데이터 도매대가 인하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소 3년간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정책배려 속에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3년 후다.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10여개의 알뜰폰 사업자들이 모두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로 어느 정도 이윤 확보가 가능했지만 정부 정책지원이 끊기는 순간, 적자로 돌아설 알뜰폰 사업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정권에서도 알뜰폰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사업자들의 자생력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언제까지 정부가 온실 속의 화초를 키워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4이통 등장의 실패 등 마땅한 요금경쟁 정책이 없는 상황이어서 정부는 알뜰폰 지원정책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기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많은 중소사업자들이 간신히 적자를 피하는 상황에서 당장 전파세 감면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무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원활한 M&A가 이뤄진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용자 피해도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산업이던 처음에 뿌리내리기까지는 보살펴줘야 한다. 하지만 마냥 보살펴줄 수 있는 노릇은 아니지 않느냐. 언젠가는 전파세도 내야 할 것이고 도매대가가 계속 내려갈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알뜰폰이 중소기업보호업종으로 오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통3사와의 요금경쟁을 일으켜야 하는데, 그나마 경쟁이 가능한 대기업 계열들은 배제시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우체국 알뜰폰 사업자들의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은 1만1132원으로 이통 3사 ARPU보다 69.5%(2만5336원) 낮았다. ARPU가 낮다고 실제 이통3사보다 요금이 70% 저렴하다는 뜻은 아니다. 1000원 요금제를 출시한 에넥스텔레콤이 우체국 알뜰폰 판매량의 37.6%를 차지했다. 우체국 위탁판매 절반 이상은 피처폰에서 이뤄진다. LTE폰은 12.3%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이용량이 적고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ARPU도 적은 것이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통3사와의 경쟁을 통해 요금을 인하하려면 LTE 시장에서 알뜰폰 사업자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CJ헬로비전이나 KCT, 이통3사 자회사 등에 대한 지원정책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말기 수급, 이용자보호업무 등을 나름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자들은 대기업 계열이라는 이유로 우체국 위탁판매 등에서 제외됐다. LTE 시장에서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3사와 경쟁해야 전체적인 요금이 내려갈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온라인에서 신청하고 택배를 통해 개통업무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유통망이 갖춰질 경우 이통3사 요금제보다 50% 저렴한 LTE 유심요금제가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계열 알뜰폰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은 LTE에만 국한해 우체국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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