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 결합상품 할인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준비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사전·사후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경우 소비자 이익이 침해받을 수 있을 뿐더러 정부가 지나치게 민간 시장에 개입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1일 통신방송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결합상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해 사실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과다한 결합할인 금지 규정을 비롯해 공정경쟁 저해효과 심사기준 신설 등의 추진이 예상되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불법 보조금과 마찬가지로 결합상품 시장에서도 다양한 불법행위가 있었다. 과거 일부 통신사는 유무선 상품에 가입하면 TV를 사은품으로 제공하기도 했고, 모바일 결합에 따른 일부 유선상품의 공짜화도 문제가 있었다. 최근에는 시장지배력 전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미 몇 차례 문제가 없다는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지만 시장에서의 과열경쟁으로 사업자간 반목도 심해지는 분위기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조사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결합상품 가입자 수는 전체 가구의 85.3%인 1553만가구다. 통신사업자 결합상품 가입자는 1276만가구, 케이블TV 결합상품 가입자는 278만 가구로 파악되고 있다.
통신사들이 평균 이동통신 1회선당 약 8000원 가량의 결합할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합상품으로 인한 연간 요금할인 규모는 약 1조38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 사업자가 초고속인터넷, 유선 및 무선 전화, 방송까지 서비스를 하다보니 결합상품 가입률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해지율을 낮출 수 있고 소비자는 요금절감에 단일사업자로부터 통합서비스 제공에 따른 서비스 품질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합상품에 가입하는 이유로 가장 많았던 답변은 "개별로 사용할 때보다 요금이 저렴해서"였다.
하지만 규제가 강화될 경우 소비자 혜택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현재 결합판매 요금 할인율은 개별 서비스 요금 합을 기준으로 30% 이하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 중인 과다한 결합할인 금지규정은 단품 이용자와 결합상품 이용자간의 요금 차별행위를 구체화하는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즉, 특정 결합상품을 이용하는 이용자에게 유리한 요금이나 이용조건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에 의해 요금 할인율이 통제되는 것이다.
공정경쟁 저해효과 심사기준 신설 역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효과를 판단해 제재하겠다는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규제권한을 가져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물론,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이 높은 상품과 다른 상품을 결합판매할 경우 지배력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과거 유선상품의 결합에서 이제는 모바일까지 포함되는 추세여서 이동통신 시장 1위인 SK텔레콤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동통신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초 방통위에 SK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재판매 위법성을 신고했지만 같은 해 11월 '법 위반 사항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KISDI의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에서도 SK텔레콤의 지배력 전이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이 났다. 실제,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재판매 점유율은 상승했지만 오히려 SK브로드밴드의 점유율은 떨어졌다. 지난 5년간 SK군의 점유율 상승은 1.5%포인트에 불과하다.
또한 SK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재판매 증가와는 별도로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하락 추세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16년만에 50%가 무너졌다. 요금인가제도 폐지 논의가 진행되는 등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은 과거와는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아직 국내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과도한 사전규제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주장이다. 해외에서도 사전규제를 내릴 수 있는 통신시장이지만 모든 소매시장에서는 제외하고 도매시장 중심으로 사전규제를 부과하거나 권고를 하는 추세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방통위는 "공정경쟁 저해효과를 구체적 상황에서 적용하는데 필요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고시개정 등 제도정비를 추진하고 있다"며 "시장 지배력을 이유로 일부 사업자에 대한 결합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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