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약 290만㎡에 걸쳐 자리잡고 있는 LG화학 여수공장은 2014년 기준 연간 매출 8조원 기록한 LG화학의 핵심 사업장이다. LG화학 전체 매출의 35%를 여수공장이 담당한다.
LG화학 여수공장은 1976년 5000톤 규모의 폴리염화비닐(PVC) 공장으로 시작해 지금은 연간 900만톤이 넘는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1976년 이후 연평균 22%씩 성장해 1800여배 이상 생산규모가 늘어났다. 지금도 그 성장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세계 115개 NCC 공장 중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공장으로 선정됐다. 고흡수성수지(SAP) 공장은 사업 진출 7년 만에 세계 1, 2위 위생재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데 성공, 세계 4위의 생산규모를 확보했다.
유가하락에 따른 석유화학 제품 가격 하락, 중국 자급률 상승 등 외부 환경 악화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을 위협하는 요소다. LG화학 여수공장도 이러한 외부 환경 탓에 2014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했으며,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인지 LG화학 여수 공장은 기술력 확보, 생산성 향상, 원가 개선 활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NCC공장, 세계 최초 3000대(Kcal/Kg,C2) 에너지 고효율 공정 구축
여수국가산업단지 입구에서 약 20분간 차로 이동해 도착한 LG화학 용성단지. 이 곳에는 NCC(Naphtha Cracking Center) 공장이 있다. NCC 공장은 원유를 분별증류해 나온 납사(Naphtha)를 들여와 800℃ 이상의 고온에서 열분해 과정을 거쳐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가 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17기의 분해로가 나란히 서 있는 거대한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분해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가 일부 느껴졌다. 그 속 온도는 무려 800℃ 이상. LG화학 NCC공장 기술팀 변용만 부장이 분해로 안을 관찰할 수 있는 해치를 열어 보이자 시뻘건 불길이 분해로 안에 설치된 파이프들을 달구고 있었다. 변 부장은 “분해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납사가 파이프를 지나가며 에틸렌 등의 기초유분으로 분해된다”고 설명했다.
NCC공장은 고온으로 제품을 만드는 공정 특성상 에너지 소비가 많다. 따라서 에너지를 얼마나 적게 사용하느냐가 NCC공장의 기술력을 판가름 한다. 1Kg의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양을 에너지 원단위라고 하는데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세계에서 에너지 원단위가 제일 낮은 공장이다. 이는 다시 말해 동일한 양의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가장 에너지를 적게 사용한다는 뜻이다.
지난 해 12월 완료된 증설을 통해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세계 최초로 3000대 에너지 원단위를 달성했다. 이는 NCC를 보유하고 있는 어떤 기업도 가능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마의 4000대’ 에너지 원단위를 깬 세계 최초의 사례다. 전 세계 115개 NCC공장의 평균 에너지 원단위가 7500대인 것을 감안하면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평균치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에너지만 사용하고도 동일한 양의 기초유분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LG화학 NCC공장장 김영환 상무는 “생산원가에서 원재료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는 곧 생산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며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구성원 모두 하나가 돼 공부하고 개선 활동에 매진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또 “에너지 절감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은 우리가 생산한 기초유분을 원료로 PVC, ABS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공장의 원가 부담도 낮춰주는 연쇄효과가 있다”며, “지금까지 쌓아온 성공체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에도 지속적인 에너지 절감 활동을 펼쳐 LG화학 기초소재사업부문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NCC공장은 에너지 저소비 공정 구축에 그치지 않고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 자체 소비분을 제외한 잉여 전기를 인근 발전소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까지 총 4기의 가스터빈발전기(Gas Turbine Generator, GTG)를 설치해 시간당 약 100메가와트(M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약 35MW를 외부에 판매해 월 10억원의 추가 수익을 거두고 있다.
SAP공장, 과감한 투자로 세계 최고 생산성 세계 1, 2위 고객 확보
같은 용성단지 안에 위치한 SAP공장은 반응기 등 설비들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여타 석유화학공장과 다르게 설비들이 외벽으로 둘러싸여 내부가 보이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SAP는 아크릴산과 가성소다를 중합해 생산하는 백색 분말 형태의 합성수지 제품으로, 유아 및 성인용 기저귀, 여성용품, 전선 방수제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공장장을 맡고 있는 송희윤 수석부장은 “SAP은 주용도가 기저귀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라며 “공정 특성상 먼지나 벌레와 같은 이물 유입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장비들이 외부와 차단된 채로 가동된다”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지게차가 쉴새 없이 제품을 실어 나르는 가운데 자동창고 옆 미래부지에는 육중한 중장비들이 올해 완공을 목표로 제 4 SAP 공장을 짓는데 한창이었다.
LG화학은 2008년 SAP 사업 진출 후 2년 주기로 SAP 공장을 하나씩 늘려 현재는 7만톤 규모의 김천공장을 포함, 연간 28만톤의 SAP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12%로 세계 4위다. 올 하반기 본격 가동을 목표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8만톤 규모의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은 총 36만톤의 대규모 일관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사업 진출 7년 만에 5배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게 되는 것이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LG화학은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타 기업들의 SAP 생산성은 한 개 라인당 연간 4만에서 6만톤 수준에 불과하지만, LG화학의 SAP 생산라인에선 연간 약 8만톤의 SAP이 생산되고 있다.
송희윤 부장은 “SAP은 고도의 생산 기술이 필요해 소수의 선진 화학기업들만이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 제품으로, LG화학은 차별화된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독자기술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업에 진출한 지 7년만에 세계 1, 2위 위생용품 제조기업은 물론 전 세계 기업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고, LG화학에서 생산하는 SAP의 90% 이상은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부가제품과 과감한 투자로 외풍 돌파
저유가 기조 지속, 중국 자급률 상승,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으로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LG화학 여수공장은 한 발 앞선 투자와 제품 차별화를 통해 외부 위협의 영향을 최소화 함과 동시에 미래 준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LG화학은 1조7900억원의 총 설비투자(CAPEX) 가운데 37%에 해당하는 6600억원을 기초소재사업분야에 쏟을 계획이며, 이 중 신규 증설 투자에만 2900억원을 투입한다. 여수공장에는 이미 진행하고 있는 SAP 8만톤 및 아크릴산 16만톤 증설과 함께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사업인 ABS에 대한 10만톤 규모 증설도 추진한다.
아울러 중국 자급률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고부가제품으로의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여수공장에서 생산하는 폴리에틸렌(PE) 제품의 90% 이상, ABS 제품의 80% 이상을 고부가제품으로 전환 완료했으며, 지속적으로 고부가제품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ABS는 합성수지의 일종으로 내열성과 내충격성, 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고기능성 플라스틱이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아크릴로니트릴(Acrylonitrile), 부타디엔(Butadiene), 스타이렌(Styrene)이 주 재료다. 2차 가공성이 뛰어나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이 가능하며 다양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ABS는 레고와 같은 완구류 뿐 아니라 자동차, 가전, 정보통신(IT) 기기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여수공장 주재임원 유재준 상무는 “LG화학 여수공장은 한발 앞선 준비와 선제적 대응으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춰 왔다”며 “1976년 공장 설립이래 수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온 저력을 바탕으로 지금의 상황도 정면돌파로 이겨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진수 LG화학 대표(부회장)는 “여러분이 와 계신 이 곳 여수공장은 LG화학이 1976년 맨땅에서 시작해 생산량 기준 1800배 이상 성장을 만들어 낸 곳”이라며 “이제 이런 창조의 역량을 세상에 없던 소재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수=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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