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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금융 IT전략②]빅뱅 퇴조…‘2기 차세대’ 개화할까

올해 국내 금융 IT시장의 역동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 금융 IT투자를 힘차게 견인할 새로운 테마가 보이지않고, 구조적으로는 전체 IT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회사들의 고정비때문에 신규 IT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유가 더욱 없어졌기때문이다.

다만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는 ‘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시장이 본격 개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융IT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핀테크에 대한 투자 전략이 아직 금융권에선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으나 금융권 내부적으로 ‘핀테크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는 것은 향후 경쟁력 확보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한편으론 차세대, 모바일 업무 강화 등 기존 IT 업무시스템에 대한 고도화사업도 꾸준히 추진될 전망이다. <디지털데일리>는 10회에 걸쳐 올해 금융권 IT투자 전략 및 신기술 동향을 살펴볼 계획이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그동안 국내 금융 IT시장을 견인해 온 사업을 꼽으라면 단연 차세대시스템을 들 수 있다. 명실상부한 금융 IT의 꽃이다. 많게는 수천 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주기적으로 금융 IT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IT 신기술을 적용하는 도전적인 기회로도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주요 금융회사들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대부분 마무리됐다. 앞으로 대형 IT사업은 점차 줄어들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무엇보다 수익성의 악화로 대형 IT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금융권의 추진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은데다 내부적으로는 IT 고정비 증가에 따라 신규 투자 여력도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최근 핀테크와 같이 새로운 기술적 테마가 제시되면 차세대시스템과 같은 기간시스템의 혁신에는 금융권은 다소 관망세로 돌아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

한편 금융 IT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의 전체 업무시스템을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빅뱅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식도 곧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부분 금융회사들이 최신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혁신이 필요한 업무 시스템만 선별적으로 손을 대는 ‘고도화 프로젝트’ 형태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뱅킹 등 채널시스템 부분에서의 고도화 사업에 비교적 활발한데, 앞으로 이러한 선택적 IT혁신 사업에 집중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2기 차세대시스템’ …은행권, 깊은 고민 = 최근 기업은행이 기존 차세대시스템의 부분적인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기위한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성공했다. 프로젝트의 목적과 진행 방식에 대한 금융권 내부의 이견이 있긴하지만 이는 국내 은행권에 ‘2기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있다.

국내 은행권은 기존 차세대시스템의 노후도를 고려했을때 꼭 빅뱅방식이 아니더라도 2기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마스터플랜은 어떤식으로든 구체화해야 할 상황이다. 시간적으로보면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다양한 접근방법을 파악하기위한 컨설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기 차세대시스템 추진과 관련, 국내 은행권에서는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공사-산은금융지주와의 IT통합 사업을 끝내면 바로 차세대시스템 구축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여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우리은행이 최근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 사업자 선정에 나서면서 2기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도입 검토 작업이 서서히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에 착수해 2018년 중으로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정책금융공사 등과 IT통합을 하면서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로 계정계, 정보계 등 새로운 정책 금융사로서 필요한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현재 한국IBM과 OIO계약을 맺고 있는 메인프레임 주전산시스템 계약 만료가 2018년으로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컨설팅 사업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 사업은 2016년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물리적 통합을 준비하고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IT사업도 관심이다. 현재 법원의 명령으로 물리적 통합 작업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IT통합의 경우 별개로 지속한다는 것이 하나금융그룹의 입장이다. 결과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IT통합 이후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전개될 것이라는 점에는 업계에서도 이견이 없다.

다만 물리적 통합 작업이 지연될 경우, 두 은행의 시스템을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소극적 형태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진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과거 외환은행이 기존 IT인프라의 고도화를 통해 하나은행간 IT통합을 보다 쉽게 하겠다는 의도로 고도화사업을 추진한바 있지만 조기통합을 할 경우 오히려 비용이 감소한다는 점을 들어 유보된 바 있다. 하지만 두 은행의 물리적 통합이 늦어질 경우 이에 대비하게 위한 외환은행 IT인프라가 다시 제고될 수 도 있을 전망이다.

지방은행 중에는 광주은행이 올해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서울 상암동 우리에프아이에스 전산센터의 IT자원을 광주 본점으로 이전한 광주은행은 올해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착수해 이르면 2016년 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증권 막바지, 보험은 외국계 중심으로 활발=증권업계에선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코스콤을 주사업자로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나대투증권도 2016년 가동을 목표로 최근 50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사업에 착수했으며 SK C&C를 주사업자로 선정했다.

전체적으로보면, 증권업계의 경우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해 준비했던 증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움직임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과 하나대투증권 사업이 거의 마지막 증권 차세대시스템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증시불황으로 독자 시스템 구축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코스콤이 제공하고 있는 종합증권서비스를 IT아웃소싱으로 이용하는 방식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IBM 등 IT아웃소싱 사업자에 증권 IT운영을 전담시키는 방안도 일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어 증권업계의 차세대시스템 독자 구축 움직임은 한동안 실종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험업계의 경우, 올해는 외국계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PCA생명과 라이나생명, AIA생명 등이 기존에 구축된 차세대보험시스템을 그대로 자사 시스템에 접목하는 방향으로 사업제안서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국계 보험사들의 경우 다른 보험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최신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어 사업 기간 단축과 IT예산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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